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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에세이] J의 일상 - 깨지면서 배우다!

by 조카사랑 Mar 15. 2025

4차원 또라이! 큰 조카가 J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조카랑 만날 때마다 한번씩 듣던 말이 어느새 J의 정체성이 될 정도였다. J는 이 말이 싫지 않았다. 독특하고 자신만의 개성이 있다는 의미로 여겨졌다. 모든 사람이 똑같다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J에게 이 말은 자신만의 삶을 구축하고 있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여졌다.


오늘, J는 자신이 정말 ‘4차원 또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경험했다.


매년 3월이면 작년 성과를 바탕으로 5개 기관이 평가를 한다. 순위를 매기고, 시상금을 준다. J가 다니는 기관은 지난해, 즉 2023년 성과 평가에서 우승했다. 그런데 2024년 성과를 준비하다 보니 영 신통치 않았다. 특정 분야가 작년에 비해 점수가 너무 낮게 나온 것이었다.

  

“작년에 놀았나? 어떻게 이렇게 떨어질 수가 있노?”     


J는 이 때문에 1주일째 시달리고 있었다. 상사한테 깨지기도 엄청 깨졌다. 업무보고를 하란다. 3장짜리 보고서 내용이 너무 많다고 반려되었다. 한 장으로 요약했지만 역시 반려되었다, 다시 세부적인 사유도 넣으란다. 그렇게 만든 두 장짜리 보고서도 반려되었다. 벌써 반려만 3번째다. 상사의 요구사항도 많아진다. 백데이터까지 완벽하게 준비하란다. 지은 죄가 있어 순순히 자리로 돌아왔다.


상사가 요구하는 자료를 만들면서 J는 생각했다.


“와~ 나 진짜 또라이구나!”


재밌었다. 그렇게 깨지고 왔지만 상사의 요구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뭔가 만들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3장짜리 보고서가 요약돼서 1장으로 되었고, 그 1장이 다시 2장이 되었다. 그러면서 자료가 추가되거나 삭제되었고, 편집도 엄청했다. 그런데 그 작업이 즐거웠다. 자신의 손에서 뭔가가 만들어지는 게 신기했다. 글씨체도 다 다르고, 글씨 크기도 다 다르고, 엉망이던 표와 자료들이 J의 손을 거쳐 하나씩 정리되며, 점점 완성도 높은 보고서로 변해갔다.


기존에 J의 업무는 비슷비슷한 업무의 회전문이었다. 업무에 따라 스트레스의 경중은 달랐지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나 업무 절차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J가 하는 업무는 어떻게 보면 그 전체를 총괄하는 업무라 이 자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처음 이 업무를 맡았을 때 J는 걱정을 많이 했다. 주변에서도 걱정하는 게 보였는지 왜 그렇게 겁을 내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하지만 2달여가 지나자 그럭저럭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시행착오는 여전히 겪고 있지만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고, 그렇게 하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보고서를 만드는 지금도 그렇다. ‘지금 아니면 내가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 '이 기회에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J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이고, 연차가 더 지나면 모른다고 물어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J는 이만큼 깨지고 이만큼 배울 수 있다면, 오히려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J는 깨달았다. '또라이'라는 말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걸. 지금처럼 하는 일마다 재미있는 사람을 '또라이'라고 한다면, 앞으로도 기꺼이 '4차원 또라이'로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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