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영어원서 찾기

by 조카사랑

지난 글에서 [나에게 맞는 영어 공부법]에 대해 얘기했었다. 자, 이제 '나의 학습 스타일'을 알았으니 나에게 맞는 영어원서를 찾아보자. 잊지 마라. 지금 우리는 영어와 놀고 있다. 그러니 토익이나 토플 교재처럼 ‘시험을 위한 책’부터 떠올려선 안 된다. 나랑 놀 수 있는 친구, 재미있는 친구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맞다. '좋아하는 분야'다. '관심있는 분야'가 아니다. 나는 자기계발, 에세이, 교육학, 심리학 등 관심있는 분야가 많지만 아무리 쉬운 책을 추천해줘도 이 분야의 영어 원서를 선택하지 않는다. 초보자용 영어 원서로 '자기계발서'를 추천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는 단어보다도 구동사(관용표현)를 몰라서 정확한 해석이 어려웠다.


나의 경우 판타지와 추리소설, 귀신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책을 찾아봤다. 물론 나도 한번에 나에게 맞는 원서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The Alchemist(연금술사)', 'The Miraculous Journey of Edward Tulane(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The Little Prince(어린 왕자)’ 등등 정말 많은 책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재미보다는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훨씬 더 컸다. 영어 공부를 해야 되니까, 영어원서는 읽어야 될 것 같았고, 그렇다면 필독서는 꼭 읽어봐야 된다는 의무감! 아마 그 의무감이 나를 짓눌러서 꾸준히 못한 듯 싶다.


생각해 보면, 나도 제법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해온 사람이었다. 나는 어학연수 1세대로 당시 취업을 위한 토익점수는 600점 이상이어야 했다. 그때 내가 받은 토익 점수는 700점 정도였고, 대학원 진학을 위해 몇 달간 토플 학원도 다녔었다. 공무원 준비할 때는 영어 어휘와 문법 공부도 열심히 했었고(물론 지금은 다 까먹었지만), 매년 목표가 '영어 마스터 하기'일 정도로 영어 공부에서 완전히 손을 놓은 적은 없었다.


내가 이렇게 구구절절 나의 영어 공부 이력을 말하는 이유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나의 잠재의식 속에 이전에 공부했던 잔재는 남아있었고, 완전히 처음 영어 원서를 접하는 사람보다 조금 수월하게 시작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내가 만난 영어 못한다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는 영어에 대한 지식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 새로 영어를 시작하고자 한다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다시 영어 원서로 돌아가서, 무엇보다 '이미지 연상'에는 소설이 제일 좋았다. 어릴 적을 떠올려 보자. 세계 명작 동화를 읽으며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지 않았는가. 좋아하는 분야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제껏 자신이 읽었던 책들을 돌이켜봐라. 그럼 어느 분야든 한 분야는 나온다. 그런 다음 수준을 조금씩 낮춰가면 된다. 책을 읽은 적이 없다? 그럼 얇은 영어 원서부터 닥치는 대로 읽어봐라. 유치원생을 위한 책이든,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이든 상관없다. 그러면 조금 더 흥미가 동하는 분야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분야를 찾았다면 이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영어 원서를 찾으면 된다. 문제는 인터넷에는 '나에게 맞는 영어원서 찾기'를 검색해보면 방법이 너무 많다. 한 페이지에 5개 이상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안된다,미국의 뉴베리 수상작을 읽어봐라, AR지수를 통해서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아라 등 책을 찾기도 전에 방법만 확인하다 지쳐서 그만두고 싶어진다.


나도 그랬다. 남들이 추천하는 방법을 열심히 따라 해봤지만, 결국 나에게 맞는 책은 나 스스로 찾아야 했다.《Magic Tree House》는 짧은 챕터와 쉬운 문장 덕분에 읽는 재미가 있었고,《The Miraculous Journey of Edward Tulane》은 한글판을 읽어보았기 때문에 글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편했다. 이렇게 몇 권을 시도하다 보면, '아, 이런 책이 나랑 맞는구나' 하는 감이 온다.


나는 작년 《옥스포드 북웜 시리즈》를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영어 원서 읽기에 돌입했다. 《옥스포드 북웜 시리즈》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고를 수 있었다. 같은 영어권 소설이라고 해도 영국 작가의 책들이 더 재미있었다.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캔터빌의 유령, 셜록홈즈 등. 조카말을 빌리자면 나는 '음산하고 퇴폐적인' 분위기의 책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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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원서도 읽고, 영어 원서 필사도 하고, 오디오북도 듣고. 《옥스포드 북웜 시리즈》를 읽으면서 영어라는 신세계에서 노는 것 같았다. 그동안 나는 '읽어야 할 책'을 읽었다. 그러니 한 권 읽고 지쳐서 포기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좋아하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자 한 권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권을 읽고 있었다. 이렇게 읽은 《옥스포드 북웜 시리즈》 5~6권 정도였다.


결국, 영어 원서 읽기는 나와 친해지는 일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내가 즐길 수 있는 속도로 읽을 때 비로소 ‘영어와 노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나에게 좋아하는 책을 꾸준히 읽다보면 언젠가 내 원하는 수준의 책을 읽을 수 있을거라고 기대도 생겼다.


하지만 '영어 원서 읽기'가 항상 재미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게도 '영어원서 읽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찾아왔다. 다음 글 '흔들린 날들, 그리고 다시 펼친 이유'! 에서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는지 적어볼까 한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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