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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드는 방 Dec 05. 2024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도 스스로 원해서 시작하면 하고 싶은 일이 될지도?

본격적으로 한 해를 보낼 준비를 하는 12월의 첫 주도 어느새 절반이 지나 목요일이 되었네요. 2024년을 보내며 미뤄뒀던 일, 하기 싫어 외면했던 일, 하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시작 못한 일 있으시죠? 오늘은 그중에서도 미뤄뒀던 일과 외면했던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긴 해야 하는데 당장 급하진 않아서 자꾸만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일들. 그런데 안 하고 새해에 토스하려니 과연 해가 바뀌었다고 하게 될까? 싶은 일들. 새 술은 새 포대에! 그렇다면 묵은 술은 묵은 포대일 때 해결하고 넘어가는 게 깔끔하지 않을까요. 올해가 가기 전에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해야 할 일, 하지만 이왕 하는 거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해주면 어쩌면 즐겁게 해낼 수 있을지도?


야심 차게 계획해 보는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첫 번째는 정리 정돈입니다. 4년 전, 코로나로 모든 게 멈춰버렸던 그 시기에 아이들 낳고 기르며 11년 살았던 예전 집을 떠나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11년 묵은 짐들을 정리하고, 버리고, 나누고..... 이사 3개월 전부터 매일 버리고 또 버려도 계속 버릴 것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많은 짐들을 이고 지고 살았다니. 새로 이사 간 집에서는 미니멀 라이프 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짐을 더 늘리지는 말자고 다짐하던 순간이었습니다. 이사 이후 새로운 가전이나 가구는 늘리지 않고 옷과 생필품이 늘어나면 기존 짐을 그만큼 정리하는 방식으로 그 다짐을 비교적 잘 지키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쓰레기와 잡동사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사각지대는 늘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음을 진작에 눈치챘지만 애써 외면해 온 우리 집의 사각지대들. 2024년이 다 지나기 전에 하나하나 가지런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빵은 가지런하든 아니든 언제나 옳지!


정리 정돈이 필요한 곳 1순위는 딸들 방 옷장과 수납장, 책장입니다. 작아진 옷, 안 입는 옷, 늘어난 속옷, 구멍 나기 직전의 양말, 오래된 보조 가방과 취향을 비켜간 캐릭터 용품들까지..... 아이들 옷장 속 깊숙이 잠들어있는 쓰지 않는 물건들을 꺼내어 분류하고 정리하려고 합니다. 몇 해 전 재미있게 챙겨봤던 TV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에서 전문가가 의뢰인의 집을 정리할 때 제일 처음 지시하는 일이 바로 '분류하기'였습니다. 전문가는 의뢰인과 집안 곳곳을 살펴보고 세 개의 상자를 주고 집을 떠납니다. 나눔 상자, 버릴 상자, 남길 상자. 오래된 물건들을 전부 꺼내놓고 의뢰인이 직접 하나하나 판단해 세 개의 상자 안에 분류해 담아두면 며칠 후 전문가가 찾아와 남길 상자 안에 있는 물건들을 착착 정리하고 효율적인 가구 배치로 헌 집 같던 의뢰인의 집을 새집 같이 바꿔주는 과정은 그야말로 신박함 그 자체였습니다. 딸들 방을 전문가만큼 신박하고 획기적으로 변신시켜 줄 자신은 없지만 최소한 옷장과 수납장 그리고 책장 속 두서없이 쌓여있는 물건들을 분류해서 버릴 건 버리고, 나눌 건 나누고 꼭 필요한 물건들만 챙겨 다시 제자리에 놓아줄 수는 있겠지요. 오래된 짐들이 나간 자리에 숨어있던 묵은 먼지들도 깔끔하게 물걸레로 닦아내구요. 아! 생각만 해도 개운하네요. 물론 혼자 하진 않겠습니다. 엄마는 상자를 펼칠게, 분류는 너희가 하렴!


두 번째로 비워낼 곳은 신발장이에요. 몇 년 전 이사 온 지금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 중 하나가 넓은 현관이었습니다. 시원하게 넓은 현관을 늘 깔끔하게 유지하고자 수납공간을 최대한으로 마련해 현관에 나와있는 신발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신발장이 가족 구성원 수에 비해 넓은 편이다 보니 사철 신을 신발을 한꺼번에 보관하고도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신발장 관리에 소홀해지더군요. 낡거나 작아진 아이들 신발을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공간이 부족하지 않으니 어느새 신발장 안에는 보고도 못 본 척 한지 오래인 신지 않는 신발들이 차지하는 자리가 늘어만 갔습니다. 사실 아이들 신발만 방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요. 사람이 신고 걸어 다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10CM 킬힐, 더는 손이 가지 않는 촌스러운 디자인의 부츠, 예뻐서 샀지만 발이 불편해 한 두 번 신고는 손길이 가지 않는 새것 같은 오래된 구두까지..... 생각해 보니 신발장 퇴출 1순위는 신지 않는 제 신발들이네요. 아무래도 신발장 정리는 제 단독 작업으로 처리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싶은 것은 제 스마트폰 갤러리입니다. 제 갤러리에는 8년 묵은 사진과 동영상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8년째 쓰던 스마트폰을 두 달 전에 드디어 교체하면서 ( 비록 가족이 쓰던 중고폰으로 갈아탄 거였지만 ) 저는 오래된 예전 폰의 10배가 넘는 저장 공간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저장 공간에 여유가 생기고나니 오히려 오래된 갤러리를 정리하고 싶어지는 것은 또 무슨 심보일까요? 가끔씩 잠이 오지 않는 밤, 갤러리 속 추억의 장면들을 살펴볼 때면 이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을 묵혀만 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여행 다니며 찍었던 아이들 사진들이 핸드폰 갤러리에서만 잠자고 있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갤러리 정리 첫 번째 미션으로 올해 여름 네 식구가 함께 다녀온 <교토 여행>의 사진들을 앨범으로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역대급 무더위로 호텔에서 나와 열 발자국 걷는 동안 "어휴, 더워"만 열 번을 내뱉을 만큼 뜨겁고 힘든 여행이었지만 교토는 우리 네 식구 모두에게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 1순위로 남았습니다. 더위 때문에 벌겋게 익은 얼굴 위로 번들번들 땀 흘리며, 교토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시원하고 맛있는 커피 타임을 위안 삼으며 아침부터 밤까지 돌아다녔던 2024년의 여름을 올해가 가기 전에 한 권의 앨범으로 엮어내고 싶습니다.

뜨거웠던 교토의 추억, 묵혀두긴 너무 아까워!


여기까지 적고 다시 읽어 보니...... 올해가 26일 밖에 안 남은 이 시점에 스스로에게 너무 큰 과업을 짊어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순간 동공이 심하게 흔들립니다. 나야, 정말 괜찮겠니? 너 수업도 하고, 살림도 하고, 글도 써야 해. 연말이라고 약속도 몇 건 있지 않니? 잠시 쓰기를 멈추고 달력을 바라봅니다. 그러자 내 맘 속 결심 장군이 이렇게 고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신에게는 아직 네 번의 주말이 남아있사옵니다." 주말마다 한 가지 미션씩 차근차근 순서대로 해보면 못할 것도 없을 거란 생각에 이순신 정신으로 밀어붙여 봅니다. 우선 이번 주말에 신발장을 정리하는 것으로 정리 정돈 미션 시작해 볼게요.


두 번째로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은 운동입니다. 정확히는 다시 운동이 있는 삶으로 돌아가기가 맞겠죠. 사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세 번은 꼬박꼬박 만 보에서 2만 보 사이를 걸으며 생활 속 운동을 실천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브런치라는 세상을 만나며 그동안 안 하던 쓰는 삶을 실천하려다 보니 하루가 어찌나 짧던지. 어느새 걷기는커녕 스트레칭도 안 하고 사는 찌뿌둥하고 나태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트북과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나아졌던 어깨도 다시 아프고, 하루 종일 두드려도 뻐근한 등과 허리애 욱신거리는 목과 침침한 눈까지…. 이러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건 아닌지 위기감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쓰려면 체력이 일단 제일 중요하겠구나. 그래서 매일 읽고, 쓰고, 운동하기가 글 쓰는 사람의 루틴이 되어야 한다고 여러 선배님과 스승님들이 입을 모아 말씀하신 거구나. 운동의 필요성을 자각해서일까요? 오늘따라 유난히 왼쪽 어깨가 쑤시고 결립니다. 운동은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추운 날씨에 운동복 갈아입고 멀리 나가서 걷거나 뛰는 일은 자신이 없으니 집에서 유튜브 선생님과 함께 < 일주일에 세 번, 30분 스트레칭, 30분 자전거 타기 >를 실천해 보려 합니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한 시간 또는 자기 전 한 시간 중 상황에 맞게 선택해서 무겁고 찌뿌둥한 몸을 좀 움직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마지막 미션은 두 딸 치아 교정 시작하기입니다. 안타깝게도 두 딸에게 고른 치열을 물려주지 못했나 봅니다. 요즘 아이들 답게 작은 얼굴과 턱을 가지고 있는 딸들은 영구치가 들어설 자리가 부족했는지 삐뚤빼뚤 어긋난 치아를 갖게 되었습니다. 살짝 들린 듯한 도톰한 윗입술이 두 자매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했는데 치과 선생님 말씀으로는 입이 돌출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모르고 팔불출 에미는 마냥 귀여워만 하고 있었네요. 흑흑. 치과가 두려워 교정은 말만 꺼내도 경기를 일으키던 첫째였는데 어쩐 일인지 몇 달 전부터 교정을 해달라고 조르는겁니다. 드디어 때가 온거죠. 둘째는 부정교합으로 1차 교정을 마치고 유지 중인 상태라 이제는 더 미루지 말고 2차 교정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사실 올해 초에 둘째를 데리고 병원을 네 군데나 다니며 치아 사진을 찍고, 상담을 받았었는데 우유부단한 엄마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어영부영 흘려보낸 시간이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고 1인 큰 아이 기말고사 끝나면 바로 치과에 가서 교정을 시작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아무래도 두 딸의 치아 교정 시작이 올해 대미를 장식하는 가장 큰 이벤트가 될 것 같네요. 얘들아, 교정기 끼고 나면 크리스마스에 스테이크 못 먹을지도 몰라..... 예뻐질 미래를 위해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부드러운 유동식으로 축하해 보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갑자기 등장한 약 12년 전 크리스마스 딸기 요정ㅎㅎ


사실 미리 정해놓은 목차에서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딱히 그런 게 있었나? 내가 왜 이런 제목을 정했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아침 글쓰기를 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굴러보다 '정리'라는 키워드가 떠오른 순간 제 머릿속에 해야 할 일 세 가지가 번개처럼 떠오르는 게 아니겠어요? 묵은 짐을 정리하고, 사진첩을 정리하고, 내 어깨에 올라앉은 피로와 아이들의 치아까지 정리 정돈하며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꽤나 보람찬 12월이 될 것 같습니다. 충동형 파워 P 인간인 저에게 이 정도면 매우 J 뺨치는 계획이 아닐 수 없네요. 날짜에 시간까지 정해놓고 선언해 버리면 너무 숨 막히니까, 계획 정리 선에서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하나씩 목표 달성하고 연말에 기분 좋게 성과 보고서 작성해서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오늘의 쓰기는 마무리하고 유튜브에 <빅시스 언니> 만나러 달려가봐야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굿나잇!


매일 글쓰기 5일 차에 얻은 덤은 '우선 순위'입니다. 사실 이보다 훨씬 더 거창하고 다양한 목표들을 생각했었는데요, 그 아이들은 내년을 위해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순위에 늘 밀려나있던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을 최우선으로 실천하는 12월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죠. 글로 정리해 놓고 보니 아찔하네요. 이렇게 중요한 일들을 그동안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미루고 또 미뤄왔다는 사실이 말이죠. 오늘도 쓰는 시간은 저에게 어김없이 소중한 깨우침을 선물해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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