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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allim Feb 24. 2022

이른 아침 7시를 사랑한다

일상과 살림을 예열하는 설렘

어둠이 흐릿해지며 새벽이 걷히는 아침 7시.

2월 중순의 겨울 아침은 유독 침착하다.

협탁에 올려둔 도톰한 양말을 챙겨 신고 마룻바닥의 차가운 냉기를 밀어낸다.

어둑한 거실을 스쳐 주방에 닿으면 살림살이의 실루엣이 한눈에 들어온다.

극세사 블랭킷을 어깨에 두르고 좋아하는 크림 아이보리 컬러의 커피잔과 소서를 챙긴다.

그릇에 그다지 욕심이 없는지라 딱 두 개뿐인 커피잔을 무척 아낀다.


입술이 닿는 부분을 남기고 뜨거운 물을 80% 정도 채워 잔을 예열한다.

실상 커피를 마시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다만 마지막 모금까지 조금은 따스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물을 비우고 커피머신에 잔을 올려 커피를 내린다.

다크 브라운 컬러의 에스프레소가 밀도 있게 잔을 채우면 주방 창문으로 스미는 알싸한 냉기가 재빠르게 사그라드는 듯하다.

끄레마가 흐트러지지 않게 데운 우유를 조심스럽게 붓고 소서에 받쳐 어둑한 거실 한편에 내려앉는다.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집안에 은은한 커피 향이 감돌고, 냉장고와 정수기의 가녀린 모터 소리만이 어렴풋이 들릴 뿐이다.

양손에 쥔 커피잔의 온기로부터 마음을 데운다.


아침 7시, 까만 새벽을 지나 온전한 아침으로 가는 그 길목에서 커피를 마신다.

아침 살림을 위한 설렘을 충전하고 하루를 예열하는 시간.

화이트 커튼 너머로 겨울의 시린 밤을 비켜 세우고 아침이 들어선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잘 살아야지’

간결한 생각이 마음을 설핏 스치고 지나간다.

이른 아침 7시를 사랑하는 절대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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