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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진 Nov 05. 2020

대코로나시대의 하루 8

재롱잔치의 시간



매일매일 싸우는 삼형제.

동생이라고 봐주지 않는 현욱이지만, 녀석의 대단한 점이라면, 동생들에게 화가 나면 소리소리를 지를지언정 때리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동생들에게 먼저 공격을 받고도! 물리고 꼬집히고 맞아도! 착한 녀석!! 

그 배경에는 물론 녀석의 선한 기질도 있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동생 떄리지 마라 다치면 안된다 말한 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제가 아이들을 때려 훈육하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지 않겠습니까? 엣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그렇다고 제가 소리질러 아이들을 훈육하지도 않지만요. 소리지르는 건 누구에게 배운 거지? 본능닌가? 뭐 여튼, 

제가 아이들을 훈육할 때는 분위기 딱 잡고 인상 쓰고 목소리 낮게 깔고 팔 딱 잡고 엄마눈 쳐다보게 시키고 누가 그랬어 이러면 된다고 했어 안 했어 이건 하면 안되는 행동이야 등등의 말을 육아서에 나오는 정석대로 하는 편입니다. 

이것에 대한 효과는 둘쨰치고... 

(훈육을 해도 해도 하지 말란 짓은 계속하니 ㅠㅠ) 

(엊그제는 소금을 온 집안에 뿌렸다죠 설탕 뿌린지 얼마 됐다고 ㅠㅠ) 

애들이 나 훈육하는 말이랑 행동을 다 따라하더라고요? 

현욱이의 경우는 동생들이 자기 걸 부순다거나 하면 안 되는 짓을 하면 자기가 나서서 훈육을 하는데, 그 멘트가 제가 하는 멘트랑 똑같아요. 

저처럼 목소리 내려깔고 분위기잡는 것도 시도하고. 물론 한번에 안 통하면 (통할 리가 없지) 분노 폭발해서 소리소리지르고. 

도현이가 진짜 웃긴데, 지 맘대로 안 되면 목소리 딱 깔고(말도 아직 못하면서!) 

으으음! 하면서 심기불편한 할아버지 소리를 냅니다. 

심지어는 효과적으로 낮은 목소리를 내려고 턱을 최대한 아래로 당겨서 이중턱 상태로 인상 쓰고 째려보면서 그르렁 그르렁 하면서 다닙니다. 

요즘은 '맴매'란 말을 배워서 마음에 안 들면 손으로 스윙을 하면서 큰소리로 '맴매!' '맴매!' 합니다. 

아주 정의의 수호자 나셨어요. 

음. 

이건 나중에 그려야지. 

도현이놈은 힘자랑을 참 좋아하는데 제일 좋아하는 칭찬도 '우와 힘세다~' 종류입니다. 

상어노래 불러줄 때도 수현이는 '귀여운 수현이상어'를 좋아하고 도현이는 '무시무시한 도현이상어'를 좋아하고요. 

마음에 안 들면 으르렁 그르렁... 마음에 들면 어흥! 앗하하! 

긍정을 나타낼 때는 으으음! (힘을 줘서) 부정을 나타낼 때는 으으응~ (징징) 

웃기죠 쪼끄만 놈이? 

아우 실제로 보면 더 웃긴데~~ 이것참~ 


마지막은 현욱이의 일기

이제 현욱이도 제법 컸으니 사생활을 존중해줘야지, 생각했는데 이건 너무 귀여워서 공유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림일기를 쓰라고 했더니 갑자기 와서 '엄마 화난 표현은 어떻게 해요?' 묻길래 몇가지 알려줬더니 (머리 뚜껑이 열리고 화산폭발이라거나 올라간 눈썹 눈자위가 없는 눈, 이마에 선 핏줄, 치솟아오르는 불길 같은 것) 

그 모든 요소를 다 넣어서 화난 자신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왼쪽에서 영혼이 가출한채 오돌오돌 떨고 있는 녀석은 수현이입니다. ㅎㅎㅎ 

수현이는 취미가 부수기다보니 거의 매일 벌어지는 풍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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