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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by 선희 마리아

봄은

언제부터 오지?


겨울부터.


봄은

어떻게 오지?


낙엽 떨어진 자리에

꽃눈이 자리 잡으면서.


겨울이 깊어지면

꽃눈이 커지고


봄도 같이 자라지.


밀고

밀리면서


봄은 오지.


입동에서

입춘으로


멀고

먼 길 돌아서


봄은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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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무렵, 잎사귀 다 떨군 겨울나무를 들여다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잎이 떨어진 자리에 새 움이 벌써 자리 잡고 있지 않은가.

봄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었다. 눈보라, 칼바람을 견디면서 자라다가 때가 되면 눈에 띄는 것이었다.


봄 같은 겨울도 있고, 겨울 같은 봄도 있다.

봄 같은 겨울이어도 겨울은 겨울이고, 겨울 같은 봄이어도 봄은 봄이다.

요즘 겨울은 예전처럼 춥지 않다. 그래도 봄을 기다린다. 꽃피고 새싹 돋는 봄을 기다린다.


입춘(立春). 얼마나 예쁜 말인가... 얼마나 반가운 말인가.... 공식적으로 봄으로 들어선다는 선언이다.

그렇지만 꽃피는 봄까지 겨울과의 밀당이 몇 번은 있다는 것은 모두 안다.


‘... 같은’은 '....'을 대체할 수 없다.

‘... 같은’은 ‘.... ’이 될 수 없다.


새 봄이 오면 봄같은 봄으로 살지 않고 봄다운 봄으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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