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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by 선희 마리아


이생의

마지막 강가에서


가야 할

저 세상을 바라보며

두고 갈

정든 이들 생각에


뒤돌아 보면


그동안 살아왔던

이 세상은 까마득하고


보이지 않는

저 세상도 아득한데


붙잡을 수 없고

만류할 수 없는

혼자 가는 길


함께 갈 사람

누구도 없고


같이 갈 사람

아무도 없는


혼자만 가야 하고

혼자만 갈 수 있는


홀로 가는 길


이생의

마지막 강가에서


서성이던

아버지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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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생신이 다가옵니다.

살아계셨으면 백세가 되실 아버지의 생신,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건마는

아직도 머뭇거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그 머뭇거림을

병환으로 알았습니다.


저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서신 줄 몰랐습니다.


병수발이 힘들다고

병이 길어지면 어쩌냐고

말없이 눈길을 주고받았습니다.


그 눈길, 그 손길을 모르지 않으셨을

아버지의 마음을 그때는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이미 당신을 놓아버린

자식들 곁에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신

아버지의 마음을


지금도

헤아리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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