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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을 보내며

by 선희 마리아

봄꽃이 간다

봄이 간다


매화는 작은 꽃잎을

눈처럼 쏟으면서


벚꽃은 분홍 꽃잎을

비처럼 뿌리면서


목련은 혼신을 다한 전사처럼

잎 벌린 채 떨어지고


동백은 새빨간 피 같이

봉오리 채 떨어진다


덜 핀 개나리는

초록 잎새와 자리를 바꾸고


필 새라 질 새라

봄꽃들은 숨 가쁘다


봄꽃의 수명은 얼마?

일주일?

7일?

168시간?

10,080분?


그 짧은 시간 피려고

긴 겨울을 지나왔나


봄꽃이 간다

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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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야속하게 짧다.


너무 기다려서인가.


피어날 때는 그렇게 뜸을 들이다가

피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피어낸다


무에 그리 바쁜 걸까

그렇게 바쁘면 좀 일찍 필 것이지


그렇게 망설였으면

좀 있다 갈 것이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봄꽃은

다음 봄을 향하여 또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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