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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

by 선희 마리아

얼마나 그리우면

가만히 와서


꽃 한 송이

놓고 갔을까


얼마나 보고프면

조용히 와서


하염없이

앉아 있다 갔을까


얼마나 사모하면

몰래 와서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갔을까


자식보다

먼저 와


놓고 간

하얀 국화 한 송이


아버지는

모두 다

보고 계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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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기일이 되어 산소에 하얀 국화 한 다발을 들고 갔다.

그런데 한 발 먼저 산소 앞에 놓여 있는 하얀 국화 한 송이.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의 기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구나

산소까지 와서 꽃을 놓고 갈 만큼의 사연이 있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혼자 와서 얼마나 있다 갔을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갔을까


국화 한 송이에 담겨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이

시리게 다가오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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