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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마리아 Aug 19. 2024

친구네 집

  그 옛날

  친구가 살았던 집        


  친구는 떠나

  부모님도 가신 

  빈 집에      

   

  봄이면

  해마다


  혼자서 피어나는

  석류꽃     


  저 혼자

  여름을 견디고


   가을이면

   또 저 혼자

  

   탐스럽게 익어가던

   석류 열매 

 

   보고 싶다

   석류 나무가 보던

   추억을     

 

   보고 싶다

   석류 나무 집에 살던

   친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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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오래도록 그곳에 살았다. 함께 자라고 함께 놀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슬금슬금 사라지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 혼자 그  동네를 지키고 있었다.


동네는 재개발 바람이 불어 수십 년 동안 방치되었고 동네 곳곳에는 재개발을 기다리는 빈 집만 늘어갔다. 친구네 집은 꽤 번듯한 기와집이었고 마당에는 상당히 큰 석류나무가 담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친구네 집도 빈집이 된 지 오래되었고, 사람은 없이 대문만 굳게 잠겨 있었다. 나는 친구가 생각날 때면 일부러 친구네 집 앞으로 돌아갔다. 봄이면 석류나무에 석류꽃이 피어났고, 가을이면 석류가 혼자서 익어갔다. 석류꽃 아래, 석류  열매 아래 가만히 서서 풋풋했던 시절들을 떠올렸다.


친구네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서 대청마루에 앉으면 노란 양은  앉은뱅이 밥상이 들어왔고, 우리는 재잘거리며 밥을 먹었다. 친구네 밥상에는 언제나 콩나물이 있었다. 무슨 반찬이 있건 간에 콩나물은 빠지지 않았다.


친구가 결혼하여 그 집을 떠났다. 얼마 되지 않아 친구 부모님도 세상을 떠나셨다. 그 집은 그대로 대문이 잠긴 채 빈집이 되었다.


세월이 흐른 뒤, 친구네 집에 갈 기회가 있었다. 친구가 밥상을 들여왔다. 그 밥상 한가운데 올라앉은 것이 콩나물 접시였다.  콩나물을 먹으며 옛날을 이야기하고 혼자 남은 석류나무 이야기를 하였다.


한참 뒤, 친구 집은 사라지고  석류나무도 사라졌다, 그 동네도 사라지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아파트 어느 곳을 둘러봐도  친구네 집이 어디쯤이었는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석류나무가 어디로 갔는 지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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