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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by 선희 마리아

누군가의 생애는

이제 겨우 삼일,


새로운 세상에 나온

신생아의 수많은 날들을 축복한다


누군가의 생애는

이제 갓 스물,


살아 온 이십 년의 세월이

튼튼한 밑거름이 되기를 축복한다


누군가의 생애는

익어가는 오십,


숨가쁘게 달려온 날,

한숨 돌리며 뒤돌아 보기를 축복한다


누군가의 생애는

두껍게 쌓인 아흔,


살아 온 구십 년 세월을 버리고

새로 맞을 세상을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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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분의 부음을 듣는다. 안타깝고 아쉽지만 잘 가시라는 인사를 올린다.


모든 삶은 그 나름대로 완성체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의 생애도 완성체이다.


유치원생이든, 초등학생이든

어른들의 눈으로는 미숙하고 어리지만 완성체이다.


가끔 어린아이나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생 무렵의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지혜, 성숙한 생각을 볼 때가 있다.


그러면서 놀란다.

모든 생애마다 다 완성체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릴수록 있는 그대로 본다.


가르친다는 것은 상대방을 미숙하게 보는 것이다.

아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면 가르치려 든다.


어른이 될수록 가르치려 하고

어른이라고 생각할수록 가르칠 것이 많아진다.


아니다.

모든 삶은 그 생애마다 완성되어 있다.


모든 생애, 모든 삶을 인정하고 축복한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할 수 있고, 해야 할 유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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