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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눈물 나게 하는 것들

by 선희 마리아

번잡한 네거리 건널목에서

작은 손을 높이 치켜들고

건너가는 아이의 모습이

나를 눈물 나게 한다


그 작은 손을

하늘 높이 올리면

질주하는 세상이

멈출 것이라는 아이의 믿음이

나를 눈물 나게 한다


함께 둘러앉은 식탁에서

입이 미어지도록 숟가락을 집어넣는

아이의 모습이

나를 눈물 나게 한다


그 작은 입에

들어가야 할 밥 때문에

얼마나 모진 날들을 견뎌야 할까 하는 생각이

나를 눈물 나게 한다


아니,

그 작은 입에 가득 들어가는

옹골차고 당찬 생명의 강인함이

나를 눈물 나게 한다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마땅할

어린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도 어디에선가

무방비 상태로

학대와 차별과 폭력을

견디고 있다는 현실이

나를 눈물 나게 한다.


그리고

그런 현실이 나아지지 않고

그린 상황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무력함이

나를 눈물 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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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대로 한다.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했던 때는 언제였던가?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은 선생님한테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한다.

배움의 실천화가 백 프로 이상이다.


배움에 이유가 붙고

이론과 실천은 다르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배운 것과 실천이 별개로 놀기 시작하면서 배움은 무력해진다.


횡단보도 건널목,

키 큰 어른들 사이에서 키 작은 아이가 손을 높이 들고 건너간다.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아이는 배운 대로 손을 들고 건넌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저 깨끗한 믿음이,

저 순수한 신뢰가

깨지지 말아야 하는데,


저런 아이들의 믿음을

지켜줘야 하는데....


막 숟가락질을 배운 아이가

식탁에 앉아

숟가락 가득 밥을 떠서

입에 넣는 모습이 나를 눈물 나게 한다.


긴 인생 동안

얼마나 많은 밥을 먹어야 하고

얼마나 많이 밥을 위해 살아야 할까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폭력과 학대와 차별이 금지되고 근절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생명을 만들 수 없다.

모든 생명은 생명 그 자체로 존중받고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한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고 마땅한 일이고 이유 불문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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