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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by 선희 마리아

어느 때는

구름처럼 반짝이던

머리였을 것이다


어느 때는

바람결에 찰랑이던

머리였을 것이다


언젠가는

반달같이 도도록한 이마

살짝 가리던

머리였을 것이다


똑같은 모습으로 잘려나간

할머니의 단발머리


생뚱하기 그지없는

할머니의 단발머리


배려는 전혀 없이

관리만을 위해 잘려나간

할머니의 단발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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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계신 노인들을 만날 때가 있다.

똑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본다.

같은 솜씨로 잘려진 머리를 본다.

하나같이 단발이다.

관리하기가 편해서였을 것이다.

미용 봉사 나온 분들의 솜씨였을 것이다.


할머니들에게도

단발머리 나풀거리며 내달리던 유년이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들에게도

햇볕이 미끄러지던 머릿결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들에게도

흘러내리는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환하게 웃음 짓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들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단발머리가 아닌

그 시절의 단발머리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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