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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by 선희 마리아

배롱나무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배롱나무 꽃이

만발한 거리를 지나며 물었다


- 저게 무슨 나무죠?

- 배롱나무예요.

배롱나무 꽃이 피고 백일이 지나면

쌀밥을 먹을 수 있대요.


마늘인지 대파인지 구별 못하는

도시 남자가 보여준 친절을 덥석 물었다


의례적인 배려였는데

유별난 관심으로 받아들인 잘못이었다


배롱나무 꽃이 피던

백일 동안의 가슴앓이 끝에

늦은 장맛비 속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았다


배롱나무꽃이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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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백일홍이 피어나고 있다.


여름이 짙어지면 배롱나무 꽃이 피기 시작한다

가을을 준비하는 것이다.


백일 동안 피어나는 꽃.


배롱나무꽃을 물어보던 사람이 있었다


배롱나무꽃이 지자 떠나간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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