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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마리아 Jul 09. 2024

남옥이

남옥이의 부고를 받았다. 자신의 카톡으로 자신의 죽음을 알렸다. 물론 자녀들이 어머니의 카톡으로 알린 것이다. 61세.


조문하러 모여든 사람들이 상주들을 위로하며 한결같이 말하였다. 오래 살았다고. 이제 겨우 60을 넘긴 남옥이가 오래 살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남옥이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온몸이 뒤틀렸다.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한 것도 아버지와 언니들의 지극했던 정성 때문이었다.


남옥이는 60년을 살면서 다섯 번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어린 시절 오랫동안 갇혀 있던 방에서 나와 걷기 시작한 일, 바깥출입을 하게 되면서 남자 친구를 만나 6년을 연애한 일, 비틀거리는 몸으로 면사포를 쓰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남자 친구와 결혼한 일, 가눌 수 없는 몸으로 휠체어를 타고 남편에게 업혀 다니기도 하는 몸으로 딸과 아들을 낳아 기른 일, 딸과 아들이 잘 자라서 사위를 보고 장모님이 된 일 등이 모두 기적이었다.


남옥이의 뼈를 깎는 노력이었고, 남편의 무한대의 사랑과 헌신, 어린 시절부터 아픈 엄마를 따뜻하게 감싸고 돌봤던 아이들의 성숙한 사랑,  이 모든 것이 남옥이의 삶을 지탱케 했고 생명을 이어가게 하였다.


근근이 초인적으로 버티던 남옥이의 육신은 나이 들면서 부서지기 시작했다. 인공관절 수술, 목 디스크 수술, 골반뼈 수술 등을 돌아가며 하느라 병원에 입원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원래 허약하던 육신에 혈관도 말라서 주사바늘 꽂을 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남옥이는 한사코 집으로 가자고 했다. 병원에서 한시도 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집에 온 남옥이는 남편과 딸이 해 주는 밥으로 식욕을 되찾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곧바로 먹지를 못하였다. 밥 대신 멀겋게 끓인 죽을  대령 했으나 반 공기에서 한 수저, 반 수저로 양이 줄어들었다. 요구르트로 바꾸어 보았으나 그것 역시 반 병을 다 마시지 못했다.


세상을 떠나던 날, 남편은 회사에 출근해야 했다. 갔다 오라는 남옥이의 말을 뒤로하고 회사에 출근하였다. 점심때가 되어 집안에 설치한 CCTV로 남옥이의 상태를 확인하여 뒤척이는 것을 보고 오후 근무까지 하였다.


남편은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서 남옥이의 이름을 부르며 방문을 열었다. 대답이 없었다. 종일 누워 있어 굳었을 남옥이의 몸을 여느 때처럼 주물러 풀어주려고 했다. 다른 날 같으면 가벼운 신음 소리를 내면서 뒤척이며 반응을 보였을 터인데 이날은 몸을 주물러도 아무 소리도 기척도 없는 것이 아닌가. 얼굴을 살펴보니 눈 밑이 보라색으로 변한 것이 보였다. 코끝에 손을 대보니 숨을 쉬지 않았다. 맥박도 뛰지 않았다. 남옥이는 그렇게  혼자서 갔다.


남옥이의 빈소는 따뜻하였다. 아들과 딸의 친구, 선후배, 남편의 친구들이 그치지 않고 모여들었다. 인간 승리의 드라마 한 편을 찍고 간 남옥이의 일생을 모두 칭찬하였다. 그 칭찬은 남옥이를 잘 보살핀 남편과 아들, 딸에 대한 칭찬과 감사이기도 했다.


남옥이의 장례식 날, 남편과 아들, 딸은 하염없이 울었다. 그동안의 뒷바라지에 홀가분할 수도 있었겠지만 남편과 아들, 딸은 제삼자가 모르는 아내와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으로 끝없이 울었다. 평생 뒤틀린 몸으로 불편하고 힘들게 살아야 했던 남옥이었지만 남편과 아들, 딸의 사랑으로 살았던 남옥이를 부러워하게 만들었던 장례식이었다. 어떤 곳보다도 따뜻한 장례식이었고 인간 승리의 일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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