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냥이 집사들

여든 셋 젊은 엄마와 늙은 딸의 더부살이 (15)

by Sunny Day

'난 고양이 싫어, 무서워' 하시던 엄마가 우리 동네 터줏대감인 '나비야'의 캣맘이 되었다.


딸들의 관심과 성화에 오고 가며 눈 마주침을 하길 여러 달, 어느 날인가부터 고양이 사진을 찍고 고양이에게 먹일 습식 간식을 주문해달라 하셨다. 고양이와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직접 먹여보시라 했더니 어느 날 고양이 밥을 주시며 고양이를 위해 기도하셨다. '하나님, 우리 나비 학대받지 않게 해주세요. 건강하고 사랑받게 해주세요.' 엄마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기를 바랐고, 이제 엄마는 길 가다 흔히 보는 길고양를 '우리 나비'로 이름을 바꾸고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그렇게 하루에도 수차례 집에 오가는 길에서 만나는 동네 길고양이의 캣맘이 되신 지 몇 달 되지 않아 우리는 멀리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사 오기 전 짐을 정리하는 것만큼 우리 동네 길고양이 ‘나비야’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는 일도 중요한 일이 되었다. 나비야 덕분에 생전 처음 주문해본 고양이 습식 사료 츄르를 챙겨서 고양이를 찾아 다니며 먹이고 우리 말을 다 알아듣는다 생각하고 우리의 이사 소식도 전했다.


나비야, 우리 이사가! 좀 멀리가. 그래서 앞으로 너한테 오기 어려워. 오더라도 자주 못올거야. 우리 가더라도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지내!


나비야는 냉정하게도 특별 간식만 챙겨먹고 뒤도 안 돌아보고 자기 갈길 가버렸지만, 시청에서 지어준 자기 집이 여기 있으니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오리라 싶어 ‘언젠간 또 만나자’ 나비야 뒷꼭지에 대고 인사하고 떠나왔다. 이사온 동네는 고양이가 더 많았다. 예전에 살던 곳보다 훨씬 오래된 동네에 단독주택도 아직 많이 남아있고 근처에 낮은 산과 나무들도 많아서 고양이 살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곳인가 싶었다. 바로 집앞에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 할머니는 이 동네 고양이들의 대모같은 분이셨다. 그저 고양이 한 마리 밥 주고 예뻐해주는 것이 집사생활의 전부인 우리 모녀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침, 저녁으로 동네 고양이 여섯 일곱 마리가 그 집앞에 모여 다소곳이 앉아서 할머니를 기다린다. 밥 주는 때를 알고 매일 알아서 모여 앉아있는 것도 신기하고 그 아이들을 위해 매일 같은 시간 사료와 물을 준비해주는 할머니도 대단하시다. 하루는 동네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할머니에게 엄마가 먼저 인사를 건내셨는데, 뭐가 알고 싶으냐고 면박을 주며 철벽을 치시는 통에 엄마의 말걸기는 더 이상 진전이 되지 못했다. 호의적으로 다가가는 우리를 왜 경계하시는 지 알 수 없었지만, 지나고 보니 낯선 사람으로부터 본인의 나비야들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방어였을까 싶기도 하다.


이 동네에서도 ‘나비야’를 만날 수 있을까?


이사온 지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엄마와 나는 동네를 오가는 길에 골목 구석구석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고양이, 우리의 나비야를 찾아다니고 있다.


공사장 주변을 전전하는 삼색이
오르막길 거의 끝에 십자가를 걸고 있는 동네 작은 교회가 아지트인 양갱이
뒷산 언덕 정도는 거뜬히 올라가 산책하는 누렁이

어느 고양이가 우리 나비야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