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힘을 믿는 사람들에게
생각이 많아지면 걷는다.
걷다보면 걷는 행위에 집중하게 되는데, 인간세계에서는 매우 초보적이고 근원적인 그 순간으로 돌아가면 불완전할지언정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오늘은 월요일인데 문득 걷고 싶어졌다.
하룻밤 사이에 여기저기 떨어져있는 머리카락을 그냥 밟고 지나갈 수 없어 청소했다 싶을 정도로만 후다닥 하고 가볍게 스트레칭도 하고 성경도 읽다 보니 오전이 금새 지내간다.
집부터 걸어서 서울 둘레길로 들어서서 걷다보면 예전 살던 동네인 마천동까지 갈 수 있다.
걷는 것은 힘이다. 어디든 갈 수 있다.
힘이 들고 시간이 걸릴 뿐이지
언젠가는 도착할 수 있다.
멈추지 않고 계속 걷다보면 갈 수 있다.
걷다보면 의도치 않게 색다른 즐거움을 만나기도 한다. 좀 지체되더라도 작은 풀 한포기와 들풀 한 송이를 보려고 구부리고 앉아있게 된다. 고운 꽃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하게 되리라.
그냥 지나치던 모든 작은 꽃, 발끝에 치이며 보이지도 않던 손톱만한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별빛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또 걸어야 한다.
걷다가 다시 멈춰서서 허리를 구부리고 털썩 주저앉아 한참 고운 꽃과 이야기 나누어도 괜찮지 않은가. 그러다 다시 걷고 또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