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일 전통 음식점 <아돌프 바그너(Adolf Wagner)>
독일은 미식의 나라는 아니다. 독일의 유명한 음식을 꼽으라면 소시지와 맥주, 그리고 독일식 족발이라 불리는 학세(Haxe)가 있다. 어느 도시에 가나 이들을 파는 오래된 전통 음식점이 하나씩은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겹살집? 족발집? 같은 느낌이다. 가공육도, 족발도, 맥주도 안 좋아하는 편이라 독일에서 지내면서도 평소 독일 음식점을 잘 안 다녔는데, 한국에서 손님이 올 때면 독일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독일 음식점을 데려갔다. 프랑크푸르트에도 소개할 만한 전통 독일 식당이 있다. 프랑크푸르트 작센하우젠에 위치한 아돌프 바그너(Adolf Wagner)다. 작센하우젠에 가면 독일 전통음식을 요리하는 식당이 몇 개 있는데, 프랑크푸르트에서 알게 된 독일인 변호사님이 바그너를 소개해주셔서 이 집을 가게 됐다. 바그너의 경우 평일에는 워크인으로 가도 자리가 있을 때도 있는데, 주말 저녁에 가거나 여러 명이 갈 때는 꼭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독일인들에게도 꽤 인기 있는 식당이기에 그냥 갔다가 한참 기다리거나 허탕을 칠 수 있다. 처음 바그너 갔을 때가, 무려 10년 전이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예약이 없어 더듬더듬 독일어로 예약을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최근에 온라인에서 쉽게 예약이 가능하다(예약 가능한 바그너 홈페이지: https://www.apfelwein-wagner.com)
아돌프 바그너 (https://goo.gl/maps/BEacLfPRv6t1R1Db9)
바그너는 1931년부터 운영되어오는 가게로 프랑크푸르트/독일 지역 전통음식과 사과주를 파는 곳이다. 보통 독일 전통 식당을 생각하면, 소시지, 학세, 생맥주를 떠올릴 텐데, 이곳은 맥주가 없다. 작센하우젠 근방의 독일 음식점에서는 맥주를 찾아보기 힘들다. 프랑크푸르트는 아펠바인(Apfelwin)이라는 사과주가 굉장히 유명해서, 전통 음식점에선 맥주를 취급 안 한다. 바그너는 3대째 사과와인농장과 식당을 운영 중 중이다. 한국에서 사과주 하면 달달한 사과향의 프랑스의 시드르나 마트에서 파는 써머스비(Somersby)를 떠올리는데, 이를 생각하면 주문했다가는 시큼한 맛에 깜짝 놀랄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사과주는 단맛이 없는 게 특징이다. 사과향이 나긴 하지만, 시큼 쌉싸름한 맛이라 처음 먹어보면 맛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탄산수나 탄산음료(주로 사이다)를 섞어 마시기도 하는데,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는 그냥 먹는 걸 추천한다. 입을 개운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도수는 6-8도로 맥주보다 조금 높은 정도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포도와인이 아닌 사과와인이 지역 특산물이 된 데에는 안타까운 역사가 있다. 1950년대 프랑크푸르트 지역 포도농장을 중심으로 전염병이 돌면서 와인 농장 또한 피해를 입게 되었고, 포도 대신 사과로 와인을 담게 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사과 농장이 많아지면서 사과주는 프랑크푸르트의 대표 주류가 되었다고 한다. 프랑크푸르트 전통식당이나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래 파란색 문양의 팟을 볼 수 있는데, 이게 사과주를 담는 벰벨(Bembel)이라는 전통 팟이다. 여러 잔을 시키면 벰벨에 내어주고, 한 잔을 시키면 사과주 전용잔에 나온다. 게립테스 글라스(Geripptes glas, 그물망 유리잔)라고 불리는 전용잔에는 마름모 문양이 새겨져 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고 잔을 손으로 잡을 때 미끄러지지 말라고 문양을 넣은 것이라고 한다. 프랑크푸르트의 사과주 사랑이 얼마만큼 이냐 하면 프랑크푸르트 고층빌딩 중 이 사과주 전용잔 본뜬 건물도 있다.
바그너에 가면 보통 독일식 족발로 불리는 슈바이네 학세(Schweinehaxe)를 시킨다. 개인적으로 족발과 학세는 요리 부위만 같지, 전혀 다른 맛이라고 생각한다. 학세의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겉바속촉이다! 학세는 뮌헨이 속해있는 바이에른 지방의 요리로, 돼지 앞다리살이나 뒷다리살을 사용한다(돼지 발은 사용 안 함). 돼지다리를 각종 향신료와 맥주를 넣고 반쯤 삶아 낸 후, 오븐에서 구워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학세가 나온다. 주로 감자요리와 곁들인다. 베를린 동북부 지역에서는 학세를 오븐에 굽지 않고 오랫동안 찌거나 삶아내 먹기도 한다. 이건 정말 족발같이 생겼다. 윤기 없는 족발 느낌?인데 굉장히 비위를 상하게 하는 비주얼이라고 생각된다..ㅎㅎ 아이스바인(Eisbein)이라고 불리는 이 요리는 굉장히 부드러운 게 특징인데, 굽는 방식에 비해 굉장히 느끼한 맛이었다. 아래 스테이크 같이 생긴 요리는 립헨(Rippchen)이라는 프랑크푸르트 전통 요리다. 고기 국물에서 돼지갈비뼈 부위를 서서히 익혀 만든 돼지고기 커틀릿인데, 자우어크라우트와 감자 퓌레와 함께 먹는다. 담백한데 식감이 부드럽다. 기름진 학세가 부담스럽다면 립헨을 추천한다.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는 독일식 김치로, 양배추를 발효시켜 만드는데 시큼한 향이 난다. 자우어크라우트의 뜻도 '신 양배추'다. 매운 걸 잘 못 먹는 나는 한국 김치보다도 자우어크라우트를 더 좋아한다. 느끼할 수 있는 학세나 소시지와 곁들이면 안성맞춤이다.
2. 수프 <에퍼트의 수프 집(Ebert’s Suppenstube>
따뜻한 홈메이드 수프와 독일 소시지를 맛볼 수 있는 캐주얼한 식당이다. 프랑크푸르트 알테오퍼 광장(Opernplatz)부터 라테나우(Rathenauplat) 사이에 위치한 그로세 보켄하이머 거리와(Grosse Bockenheimer Straese)와 칼바허 거리(Kalbaacher Gasse)를 프레스 가세(Fressgasse)라고 부르는데, 이 길목에 위치한 식당이다. 프레스 가세는 1차 대전 이후 다양한 식료품점과 식당들이 즐비한 미식거리다. 평일 점심시간이 되면 프랑크푸르트 방커들(은행원)이 몰려와 점심을 해결하는 곳이기도 하다. 원래 관공서 앞, 회사 앞 식당들이 찐 맛집이라 하지 않았나. 이 근처 맛있는 식당들이 많다. 에버트 수프 집도 그중 하나다. 에버트 수프 집의 출발은 1908년 마이클 에버트의 정육점 및 식료품점에서 출발한다. 당시 에버트 메츠거라이는 홈메이드 육가공품을 메인으로 하는 정육 식료품점이었는데, 1990년대 수프 집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여기 소개하는 에버트의 수프 집은 에버트 정육점 창업자인 마이클 에버트의 손주가 2003년에 개업한 작은 식당으로, 점심시간에 집에서 만든 수프를 제공하고픈 목적으로 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올해 2022년 1월 폐업을 했다. 코로나를 못 이겨낸 걸까.. 오며 가며 데일리로 따뜻한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곳이었는데.. 에버트의 수프 집은 폐업했지만, 여전히 프레스 가세에서 에버트의 수프를 맛볼 수 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에버트 런치 비스트로와(Ebert’s Lunch-Bistro)와 프레스 가세 정육점과 식료품점(Fressgass Metzgerei & Feinkost)이 운영 중이다. 에버트의 수프 집의 매력이었던 노천 테이블은 없지만, 수프와 소시지 맛의 비결은 변하지 않을 테니..
에버트 런치 비스트로 (https://goo.gl/maps/TTxhtxM6CBeCW6zm7)
에버트 정육 식료품점 (https://goo.gl/maps/rvBffWLkeGMschKE8)
사진에 담긴 날은 토마토 수프와 감자수프, 핫도그를 시켰다. 수프 외에도 독일 핫도그, 카레 부어스트 등 아기자기한 메뉴들도 판다. 가공육을 싫어해서 평소에 소시지를 안 먹는데, 독일에 오면 아니 먹을 수가 없다..ㅎㅎ 브레첸 속 노릇하게 구워진 소시지를 한입 베어 물 때의 그 쾌감이란.. 포동포동한 소시지에서 육즙이 터질 때, 이래서 독일 소시지 독일 소시지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신없이 먹고 나면 항상 딱딱한 브뢰첸에 입천장이 다 까져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맛이다.
3. 프랑크푸르터 크란츠
독일 하면 거칠고 투박한 이미지가 많이 떠오르는데, 독일은 디저트마저 그렇다.. 프랑스 케이크를 생각하고 독일 케이크를 먹었다간 상당히 실망할 수 있다. 옆 나라 프랑스에 비하면 독일 디저트는 맛도 디자인도 투박한데, 이상하게 먹다 보면 빠지게 되는 매력이 있다. 소개하려는 프랑크푸르터 크란츠도 그중에 하나다. 프랑크푸르트 크란츠(Frankfurter Kranz)는 프랑크푸르트를 대표하는 버터케이크다. 프랑크푸르트 화관의 둥근 모양을 닮아 화관이란 뜻의 크란츠(Kranz)란 이름이 붙었다. 케이크 겉표면의 크로칸트는 독일 황제의 왕관을, 체리는 루비를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그 속은 버터크림과 케이크 시트가 여러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마디로 맛을 표현하자면 옛 한국 제과점의 올드한 버터케이크 맛이 난다. 처음에 프푸 크란츠를 먹고는 세상에 요즘 누가 이런 케이크를 먹나 싶었는데, 이 집 저 집 크란츠를 맛보다 보니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정말 잘 만든 크란츠는 버터와 크로칸트 그리고 과실 쨈의 비율이 조화로워 느끼함보다는 과실 쨈과 함께 버터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프랑크푸르터 크란츠는 독일의 웬만한 콘디토라이에 가면 맛볼 수 있다. 참고로 독일에는 빵집(Bäckerei)과 제과점(Konditorei)이 있는데, 빵집에서는 주식인 빵을 메인으로 하고(케이크류가 있긴 하다), 제과점에서는 초콜랫, 프랄린, 케이크 등의 디저트류를 메인으로 판다. 프랑크푸르터 크란츠가 맛있어 종종 사 먹던 두 가게를 소개한다. 하나는 뢰머광장 쪽에 위치한 콘디트 꾸뜨르(ConditCouture)와 괴테하우스 근처에 위치한 카페 오피츠(Café OPITZ im Goethehaus)다. 콘디트 꾸뜨르는 굉장히 오래된 프푸 케이크집으로 주말에는 줄을 서서 케이크를 살 때도 많다. 관광객도 많이 오지만 현지 어르신들도 옛 맛을 찾아 자주 오는 제과점 중 하나다. 카페 오피츠에서 가까운 곳에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집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바커스 커피가 있는데, 줄이 길면 오피츠에서 커피 한잔 하는 것도 괜찮다. 카페 오피츠도 바커스 커피 원두를 쓰기 때문이다. 오히려 커피맛은 더 좋을 수도 있다. 정신없이 내리는 커피보다는 차분히 내려주는 커피 맛이 더 좋지 않을까..
카페 오피츠(https://goo.gl/maps/hHZxUSZhLqNVsPZf6)
4. 프랑크푸르트 그뤼네 조제(Grüne Soße)
그뤼네 조제(Grüne Soße)는 각종 허브를 갈아 만든 허브 소스다. 이 또한 프랑크푸르트 지역음식으로, 괴테가 즐겨먹던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프푸 피셜에 의하면 괴테 어머니가 발명한 소스로 괴테가 좋아했던 음식이라고 한다(정확히 말하면 괴테하우스 가이드 피셜). 그뤼네 조제는 7가지 허브와 발효시킨 생크림(일명 사워크림으로 불리는), 소금을 갈아 만든 소스로, 보통 삶은 감자나 계란과 같이 먹는다. 생크림 때문에 느끼한 것 같으면서도 레몬향도 나고 풀향기가 은은하게 나는 묘한 맛으로 이상하게 계속 먹게 되는 맛이다. 프랑크푸르트 지역음식인 만큼, 프푸 내 식당이나 마트에서 어렵게 만날 수 있는 메뉴다. 독일에서 지내면 항상 헤비 한 음식에 질리는 경우가 많아 다이어트를 의식해 자주 먹는 메뉴 중 하나였다.(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모르겠으나..ㅎㅎ) 사진 속 소시지는 당연히 프랑크푸르트 소시지(Frankfurter Würstchen)다. 독일 소시지는 한국의 김치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는 기름기가 거의 없는 돼지고기를 저온에 훈연해서 만든 가느다란 소시지로, 담백한 맛이 난다.
*출처(베스트하펜 타워): https://de.wikipedia.org/wiki/Datei:2014_-_Westhafen_Tower_with_river_Main_-_Frankfurt_-_Germany_-_01.jpg#file
**출처(아이스 바인): https://youtu.be/rtZtY9QxMMY
***출처(프랑크푸르터 크란츠): https://www.kuechengoetter.de/rezepte/frankfurter-kranz-88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