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 속초&고성에서 먹은 것들
1. 우동당 <붓가케 우동>
이번 여행 멤버 중에 해산물을 못 먹는 친구가 있어 가게 된 집이다. 속초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일식당으로 붓가케 우동이 유명하다. 오픈시간은 11:00-15:00시로 매우 짧다. 리뷰에 보니 웨이팅이 길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웨이팅이 있지는 않았다. 평일이라 웨이팅은 없었지만 매장은 꽉 찼다. 나는 우동 특유의 밀가루 툭툭 끊어지는 굵은 면발을 싫어해서 우동을 안 좋아하는데, 붓가케 우동은 좋아한다ㅎㅎ 뜨거운 물에 삶자마자 차디 찬 물에 헹군 면은 쫄깃쫄깃 식감이 좋다. 쯔유소스에 쫄깃한 면을 파채와 튀김가루와 함께 자작자작 말아먹으면 정말 맛있다.
나는 단새우 붓가케 우동과 에비후라이 한 마리를 시켰다. 쫄깃쫄깃 해 보이는 면발 위에 단새우와 고명이 단아하게 올려져 나왔다. 쯔유소스는 작은 항아리에 나오는데 사장님께서 다 부어서 먹으라고 하셨다. 짤까 봐 많이 걱정했는데, 살짝 짭조름하니 맛있었다. 먹다 보니 다른 테이블에서 다들 수란을 시키는 걸 알게 됐다. 메뉴판에 없어서 몰랐는데… 그래서 먹는 도중 수란을 추가했다(수란은 1,000원 추가) 수란 노른자에 붓가케 우동을 비벼 먹으니 고소함이 더해져 더 맛있었다. 새우튀김은 기대보다는 그냥 그랬다. 생새우 튀김을 기대했는데, 다진 새우를 튀기신 것도 같고 게살 맛도 나고.. 다음에 가면 새우튀김은 안 시킬 것 같다. 처음에는 속초까지 가서 웬 우동이야라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 맛있었다. 특히 해산물을 안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식당일 것 같다. 나는 단새우 붓가케를 먹었지만, 일반 붓가케, 온우동, 돈까스 등 해산물이 없는 메뉴도 많다. 1-2시간씩 기다릴 때도 있다는 리뷰를 보았는데, 주말에 그럴 것 같다. 그런데 웨이팅을 정말 싫어하는 나로서는 기다려서까지 먹을 것 같진 않고, 줄을 안 서면 가볍게 한 끼하기 좋은 곳이다.
단새우 붓가케(11,000원) 에비후라이(1마리에 3,000원)
2. 감나무집감자옹심이<감자옹심이>
저녁 무렵 속초 시장을 지날 때마다 이 집에 줄을 서 있는 걸 종종 본 적이 있다. 웨이팅을 정말 싫어하는지라 궁금해하기만 했는데, 마침 평일이고 여행메이트들도 먹어보자 하여 가게 됐다. 메뉴는 아주 심플하다. 감자옹심이 하나다.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메뉴가 3-4가지만 되도 뭘 먹을지 고민하는 게 일인데, 이 집은 인원수에 맞춰 주문하기만 하면 된다. 평일 저녁 5시 반쯤 도착했는데,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조금만 늦었어도 못 먹을 뻔했다. 원래 영업시간은 8시까지인데, 우리 뒤로 들어오는 손님들은 재료 소진으로 맛을 못 보고 다들 돌아갔다. 항아리에 먹음직스러운 옹심이가 담겨 나왔다. 이곳은 수제비가 같이 들어간 옹심이인데, 과하지 않고 옹심이와 수제비의 밸런스가 좋다. 그리고 김치도 맛있다! 열무김치와 깍두기가 나오는데, 두 김치 모두 시원하니 옹심이와 잘 어울린다. 양도 푸짐하여 항아리 바닥이 보일 때까지 먹고 나니 배가 든든했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사장님께서 원래 주문진에서 장사를 시작하셨는데, 주문진에 감나무가 많아서 이름을 감나무집 감자옹심이로 지으셨다고 한다. 이후 속초시장으로 이사하여 식당을 계속 운영하고 계신다. 옹심이집을 운영하신지는 벌써 30년을 넘으셨다고 하니, 이 옹심이에 얼마나 오랜 세월과 많은 노하우가 담겼을지가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정말 맛있었다. 나의 최애 옹심이인 샘물 막국수에 견줄 만큼 맛있게 먹었다.
3. 백촌막국수<물막국수>
몇 년 전부터 가고 싶어서 지도에 저장해 논 곳이다. 동선이 항상 어긋나 매번 아쉽게 못 먹었는데, 이번에는 작정하고 가보기로 했다.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 친구 말에 의하면 굉장한 핫플이라고 한다. 대기가 기본 1-2시간이라고.. 우리는 오픈런을 하기로 했다. 다들 기다림을 싫어하기에 차라리 일찍 가서 일찍 먹고 오잔 마음으로 오픈 20분 전쯤 도착했다. 놀랍게도 우리보다 일찍 와 있는 분들도 꽤 있었고, 우리 뒤로 계속해서 차들이 들어왔다. 10시 반 식당이 오픈하여 우리가 들어갈 때쯤엔 웨이팅 줄이 꽤 길게 늘어져 있었다. 늦게왔으면 한참 기다릴 뻔 했다. 평일인데도 이 정도니 주말엔 정말 2-3시간 기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는 단순하다. 메밀국수와 편육. 비빔막국수와 물막국수를 따로 팔지 않고, 면에 나오면 손님이 취향껏 알아서 비빔이나 물을 선택해서 먹는 시스템이다. 메밀국수와 편육을 시켰는데, 상당히 빠르게 편육이 나왔다. 일단 편육 자체는 기름기가 많은 부위라 내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반찬이 다 너무 달다. 백김치여서 시원한 맛을 기대를 했는데, 정말 다 너무 달았다. 이윽고 메밀국수가 나왔다. 면발이 잔치국수처럼 얇게 나왔는데, 나는 얇은 면을 좋아해서 나쁘지 않았다. 메밀향도 은은하게 풍겨왔다. 비빔보단 물막국수를 좋아하여 나는 과감히 바로 물막국수를 제조했다. 그런데..! 동치미 육수마저 너무 달다.. 디저트가 아닌데 왜 이렇게 설탕을 많이 쓰시는지.. 단 음식은 한 입은 맛있을 수 있는데 쉽게 물려버린다. 게다가 식사가 단 건 정말 싫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잘 이해가 안 갔다. 다들 나처럼 소문에 낚여 한 번 먹어보러 온 건지.. 생각할수록 그냥 그랬던 집이다. 줄 안 서도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맛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먹어봐야 아는 스타일이라.. 언젠가 한번은 갔을 집이다. 이번에 궁금증을 해결한 걸로 됐다.
막국수 집은 백촌리라는 작은 장수마을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막국수집 이름도 백촌인가 보다. 웨이팅 하거나 식후에 가벼운 산책을 하기에 좋은 동네다. 설악산을 배경으로 목가적이고 정겨운 시골집 풍경들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이렇게 한적한 동네에 막국수집이 너무 유명세를 타 주민들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인기가 평일에도 주차난이 있어 주차요원이 있을 정도니..ㅎㅎ
대나무가 멋졌던 흙집. 폐가였다..;;4. 들꽃 한정식 <한정식>
속초의 마지막 날 밤 식사를 고민하던 중 찾게 된 집이다. 관광객보다는 속초 주민들에게 입소문이 난 집이다. 한정식집인데, 음식도 맛있고 가성비가 좋다. 예약을 하는 게 좋다고 하여 전날 사장님께 전화로 예약을 드리고 갔다. 참고로 이곳은 노키즈존이다. 좀 일찍 예약한 터라 도착했을 때, 우리 포함 2테이블 밖에 없었는데, 나올 때쯤엔 만석이었다. 메뉴는 한정식 코스(1인당 18,000원) 하나다. 특별한 날, 상견례 코스로 예약을 하면 기본 메뉴에 낙지볶음과 스테이크가 나오는데, 2만원이 추가된다고 한다. 근데 이건 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하루 전에 예약할 때 상견례 코스 되냐고 여쭈니, 더 미리 예약해야 한다고 하셨다.
일단 정말 가성비가 최고다. 18,000원에 총 7가지 반찬과 식사로 반찬과 찌개가 나온다. 이렇게 혜자스러울 수가..! 첫 에피타이저로 샐러드, 토마토 냉채, 묵무침이 나온다. 토마토 냉채와 묵무침이 맛있었다. 워낙 겨자소스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토마토의 시원함에 알싸한 겨자향이 더해져 맛있었다. 묵무침도 맛있었다. 다음 메뉴는 녹두전과 가자미무침. 가자미무침이 조금 맵긴 한데, 가자미도 많이 들어가 있고 가자미에 양념이 잘 배서 맛있게 먹었다. 다음 메뉴로 불고기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가자미 구이와 찌개, 그리고 삼종 반찬(김치, 멸치볶음, 숙주나물)이 나온다. 사실 불고기 때부터 배가 많이 불렀다.. 배가 너무 불러 가자미 구이를 반쪽밖에 못 먹고 나왔다. 전반적으로 맛도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다. 잘 꾸며진 식당에서 사장님이 정성스레 내주시는 요리를 먹고 있자면 대접받는 손님이 된 기분이다. 대단히 새로운 맛이나 엄청난 맛은 아니지만, 정갈한 한 끼를 먹고 싶을 때 또 가고 싶은 집이다.
식당 앞에 벚꽃이 너무 예쁘게 펴, 커튼을 열고 감상하면서 식사를 했다.
5. 바람꽃해녀마을 <해물뚝배기>
이번 여행의 마지막 식당이었다. 다행히 해산물 못 먹는 친구가 익힌 전복과 새우는 먹어서 간 집이다. 메뉴는 상당히 다양해서 고르는데 애를 먹었다. 고민 끝에 시킨 메뉴는 전복뚝배기, 전복곤드레돌솥비빔밥, 전복구이. 해물뚝배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먹어봤는데, 전복곤드레돌솥비빔밥은 처음이었다. 근데 그냥 그랬다. 전복 양이 좀 적기도 했고, 곤드레 향이 좀 강해서 전복 돌솥의 느낌보다는 곤드레 돌솥 느낌이 더 강했다. 뚝배기는 맛있었다. 국물도 자극적이지 않았고, 싱싱한 해물을 넣고 뚝배기에 끓여 아침에 어울리는 메뉴였다. 문제는 전복구이다. 가격에 놀라고 맛에 놀랐다. 제주도 명진전복 전복구이를 너무 맛있게 먹었어서 기대하고 시켰는데, 양도 너무 적고 맛도 없었다. 다진 마늘을 같이 구웠는데, 다진 마늘을 너무 많이 올린 데다가 마늘을 끝까지 굽지 않아서 생마늘 향이 너무 강하게 났다. 전복구인데 전복보다는 마늘빵 맛에 가까웠다. 맛만 놓고 보자면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았는데, 가성비를 생각하면 비싸단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싱싱한 해물이 들어가니 어느 정도 높은 가격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가격 대비 맛이 훌륭하지 못한 느낌이다. 이 가격을 받으려면 메뉴 연구가 더 필요해보인다.
전복해물뚝배기(2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