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ig satisfied Apr 25. 2022

22’04 보령우유를 마시다

카페 우유창고

대천에 내려가는 길에 보령 우유창고에 들렸다. 보령 시내에서는 좀 떨어진 천북면에 떨어져 있는 우유공장이다. 대천에서 보기 드문 핫플 중 하나다. 굽이굽이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커다란 우유갑에 그려진 닉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우유창고는 보령우유에서 운영하는 체험형 카페로, 소비자들이 우유를 알기 쉽게 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우유갑을 형성화한 건물이며, 친근한 캐릭터에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우유창고는 카페 공간이기도 하지만, 목장 투어, 유기농 치즈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현재는 본점 공사 중으로 중단된 상태다.

우유창고 본관. 현재는 공사중이다.
우유곽 집에서 쉬고있는 송아지와 토끼들(중간), 우유창고 트럭(오)

아래 사진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신관 우유창고다. 신관 건물도 본관 못지않게 트렌디하다. 우유창고에는 요구르트와 우유 외에 커피메뉴, 빵, 아이스크림을 판다.  우유 아이스크림과, 플랫화이트, 목장크림라떼를 시켰다. 우유 아이스크림은 느끼하지 않고 맛있었는데, 커피 맛이 많이 아쉬웠다. 싼 가격도 아니었는데… 우유공장에 커피를 마시러 온 게 주 목적은 아니였으니 괜찮다고 위로했다. 나가는 길에 유제품을 잔뜩 포장했다. 맛도 맛인데 제품 패키징이 귀여워서 구매욕을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다. 우유팩 속 닉 아저씨가 자꾸 사라고 속삭인다..ㅎㅎ

우유창고 신관
우유창고에서 파는 굿즈(왼), 요거트 개당 3,800원 (중간), 우유 팩당 4,500원(오)
우유창고에서 먹은 메뉴들. 플랫화이트(6,500원), 목장크림라떼(7,500원) 우유 아이스크림(4,300원). 아이스크림은 단연 우유창고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다.

보령우유는 1982년 당진에서 젖소 두 마리로 시작되었다. 국내 유명 우유회사에 납품하면서 점차 젖소를 늘려 현재는 젖소 300마리가 넘는 큰 목장이 되었다.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던 시절부터 사장님의 끊기 있는 노력으로 보령우유는 1997년부터는 유기농 인증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보령우유라는 이름 때문에 충남 지역에 우유를 공급하는 우유공장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미 전국구로 유통이 되는 인기 있는 우유였다. 국내 최고 설비를 갖춘 목장형 우유 농장으로 국내 유기농 우유의 30%가 보령우유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유기농 마트인 한살림과 올가, 그리고 마켓컬리에서 판매 중이다. 유기농 요구르트는 스타벅스에서 그린 요구르트로 판매 중이다. 종종 한살림에서 장을 보는데, 가끔 사 먹던 우유가 이 공장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니 반가웠다.

우유창고 캐릭터인 닉과 올가(오)

보령우유는 유기농 초지를 직접 재배하여 젖소한테 제공하고, 젖소 분뇨를 다시 거름으로 활용되는 순환농법을 활용하고 있다. 우유창고 바로 옆에 목장이 있는데, 풀을 뜯고 휴식하고 있는 젖소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원래 보령우유는 국대 대규모 우유업체에 유기농 우유를 납품만 했었는데, 2013년 납품하던 우유업체의 갑질 사태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은 우유업체가 보령우유 측에 가격이 비싼 유기농 우유를 더 이상 생산하지 말라고 통보하였다. 하지만 사장님은 유기농 우유를 계속 생산하기 위해 본사와의 거래를 끊고 직접 우유공장을 만드셨다. 그게 바로 지금의 보령우유이다. 우유생산만을 담당하다 우유가공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보령우유의 역사에서 바른 먹거리에 대한 사장님의 철학이 느껴졌다. 실제로 보령우유 공장을 짓고 초기 몇 년은 적자가 많이 나셨다고 한다.  유기농 제품에 대한 사장님의 철학과 인내 덕에 현재는 대기업과 차별화된 고품질의 유제품을 생산하는 보령이 자랑이 되었다.

개화목장에서 쉬고 있는 젖소들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유와 요거트를 시식했다. 우유에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우유 특유의 비린내와 느낌함이 없어서 좋았다. 담백하고 고소한 우유다. 요거트도 정말 맛있었다. 그릭 요구르트 스타일인데 제형이 너무 꾸떡 하지도 묽지도 않아 맛있었다.  그리고 궁금함에 사본 파베 초콜렛. 조그만 에스프레소 잔에 담겨 있어 몇 개 안 될 줄 알았는데 꽤 양이 많았다. 맛있어서 하나 두 개 주워 먹다 보니 금세 동이 났다. 이날 평소 안 먹던 유제품 과다 섭취로 배가 좀 아팠다..ㅎㅎ

목장에서 구입한 요거트와 파베 초콜릿

대기업이 대량 생산하는 기성품의 홍수 속에서 우유창고는 신선함과 철학이 담긴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귀한 공간이었다. 우유창고는 트렌디한 외관으로 대중들에게 SNS 포토존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여, 주말에는 1,000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이 되었다. 국내 우유산업에 대한 사장님의 애정과 대중들에게 바른 우유를 홍보하기 위한 사장님의 노력의 결실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22’04 고성 왕곡마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