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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할미 Jun 18. 2024

가장 낯설다는 이유를 매력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니

다윈이 어디죠? 호주에서 가장 낯선 곳 추천받습니다


호주 다윈은 (거의) 최북단의 도시

#1 홋카이도에서 온 렌조


왜 하필 다윈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저 무던한 말투로 에이전시에서 추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에이전시가 다윈을 추천했다고? 그럴 리가.

"호주에서 가장 낯선 곳일 거예요"라고 추천했단다.

가장 낯설다는 이유를 매력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니


홋카이도에서 온 그는 더운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한평생 추운 곳에서 살아온 사람이 호주에서도 가장 더운 곳으로 향한다니


그는 대학에서는 체육교육학을 공부했고, 그 전공을 싫어한다는 말을 항상 덧붙였다. 전공과 달리 관심사는 물리학이라는 말에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놀라도 그는 빛나는 눈빛으로 자신이 관심 있는 것들에 대해 늘어놓았다.

아, 어디선가 익숙한 그 말. 나의 흥미와 관심과는 무관한 전공 선택으로 길을 헤매었던 나의 여러 친구들이 생각났다. 일본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수업 시간 내내 말 수는 적었지만 종종 내뱉는 문장에서 그가 나름의 시간을 열심히 살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고, SNS에 종종 올라온 기타 치는 그의 모습은 그가 또 어떤 다른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 상상하게 했다.


아, 그래서 이런 시간이 필요했겠구나.

그런 결정을 할 정도로 그에게는 이 시간이 정말 절실했겠구나


온통 물음표가 떠오르는 그의 선택들에 나의 상상이 더해져 어렴풋이 맥락을 이어냈다.

이런 그의 미래가 참 궁금하더라.


그는 한달 간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다윈으로 떠났다. 종종 인스타로 그의 근황을 볼 때마다 나는 그를 왠지 모르게 응원하게 되었다. 이렇게 안 친한 사람도 당신을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좋은 기운을 가져다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내가 이곳으로 떠나올 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응원하거나 부러워했다. 물론 걱정하는 이들도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도 한 살만 더 젊었으면', '내가 20대였으면'이라는 말을 덧붙여 나의 선택을 응원해 주었다. 물론 나이가 중요하긴 하겠지, 그런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절실함이지 않을까. 다른 조건들은 이유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절실하다면 말이다.


호주에 온 뒤, 이곳에 올 결정을 할 만한 사람들을 만났다.


도전이 필요했거나, 삶의 궤도를 바꿀 시간이 필요했거나, 낯섦 속으로 온몸을 던질 모험이 필요했던 사람들, 그리고 여러 비용과 시간을 앞세운 '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을 제칠 절실함이 있었던 사람들을 말이다.

서울에 있을 때는 나 혼자 튀어나온 못인 줄만 알았는데, 이곳에는 그런 못들이 온통 모여있는 것 같았달까. 모두 저만의 이유가 있고 그것들이 설령 무모한 선택이 될지라도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들이 모여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해외에 나와 산다는 것은 단순히 다른 언어와 문화를 접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머무르기를 선택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함에 있어서 이 작은 만남들이 나의 세계를 더 넓혀주기를 바란다. 그 만남들을 잊지 않고 내 안에 새겨나갈 수 있기를, 그리고 이 글이 그 시작이 되기를.



*이 글의 주인공들은 본명일 수도 가명일 수도 있으며,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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