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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할미 Jul 31. 2024

나는 19살에 돈 얼마나 모았었지?

직접 다른 삶을 만나보고 나서야 그 다름을 느낀다

#스위스에서 온 마티아


스위스 살면 다 영어 잘하는 거 아니었어? 역시나 나의 고정관념 혹은 정보의 부족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같은 반에 스위스에서 온 19살 친구는 프랑스어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영어를 전혀 쓸 필요 없는 지역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왔다고 했다.


 편안한 캐주얼이지만 매번 꽤 신경을 쓴 듯한 옷차림에 모델같이 훤칠한 키가 돋보이는 그 친구는 항상 여유가 넘쳤다. 대부분 수업이 시작된 지 30분 정도 흘렀을 때 교실에 나타났고, 한 손에는 커피와 간단한 빵을 항상 들고 있었다. 지각보다는 아침 커피가 더 중요한 이가 여기에 또 있었네!


 그런 그가 어쩌면 당연하게도 본인 스스로 돈을 벌어 이곳에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왠지 모르게 놀랐다. 한국과 다른 그곳의 문화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왜 그리 놀랐을까. 아마도 그의 단편적인 모습들을 보고 내 마음대로 재단해 버렸던 순간이 있어서일까. 수업보다 중요한 것이 꽤 많은, 부모님이 주신 귀한 어학연수 기간을 그저 흘려보내는 책임감 없는 19살로 말이다.



그래 그런 삶도 있구나.


 막 19살이 된 그는 이제껏 가드닝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어학연수를 떠나왔다고 했다. 몇 주 뒤, 어학연수를 마친 그는 중고로 마련한 서핑 보드와 함께 호주 횡단 여행을 떠났고, 그 이후에도 그의 SNS에서는 아시아 곳곳을 여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 그런 삶도 있구나.

 부모님이 내주시는 학비로 대학을 다니고, 남들보다 적은 용돈에 내심 아쉬워하며 알바를 해왔던 나는 이렇게 또 직접 다른 삶을 만나보고 나서야 그 다름을 느낀다. 스위스의 유리한 환율을 감안하더라도 이제 막 19살이 된 친구가 세 달이 넘는 지구 반대편 어학연수와 여행 비용을 모두 스스로 충당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순간 '나는 19살에 얼마를 모았었지?'라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 당시 모은 돈이라 해봤자 주변으로부터 받은 용돈이었을 뿐, 전혀 다른 환경에서 10대를 보낸 나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저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마주하는 것은 정말 다르다.


 10대부터 일을 시작하고, 고등학교 이후 경제적 독립을 하는 서구권 문화는 각종 영화를 포함한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막상 그렇게 어린 나이에 돈을 벌고 독립하는 친구를 직접 마주하니 참 놀랍더라.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무의식 깊이 자리 잡아 있는지 확인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다는 건 바로 이런 순간들 때문에 의미 있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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