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남편은 내 패션 자존감
혼자일 때와 달리 둘일 때 커지는 자존감
사실 나는 42살 결혼 전까지 거의 모태솔로였다.
앞서 언급했든 아픈 언니가 있었기에,
내가 돌봐야한다는 마음으로 어릴 때부터 '나에겐 결혼은 없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연애 생각도 없었다.
사실 누군가 먼저 다가오지도 않았다.
자존감 낮은 어두운 분위기를 뿜뿜 풍기는 여자에게
먼저 말 걸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자발적이자 반자발적으로 연애 경험 없이 40 넘게 솔로로 지내다가,
아픈 가족도 아무 편견 없이 받아주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사실 30 후반부터는 자존감 낮은 나도 감히 결혼을 욕심내면서
소개팅도 많이 했었다.
거의 첫 만남에서 끝나고 연애로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자존감은 낮으면서 눈은 높았던 나!
그리고 딱히 예쁠 것도 없는데 매력도 없는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았던 상대!
둘 다에게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남편은 첫 만남부터 마음에 들었다.
우선 키가 185cm로 컸다.
나의 낮은 자존감을 외모에서부터 커버해줄 수 있는 조건이 아닌가? ^^
그리고 삐뚫어지고 어두운 성격의 나와는 달리,
남편은 자신감 있고 긍정적이었다.
여러 소개팅을 통해 만난 남자들은 하나같이 다 쭈뼛쭈뼛하며
약속 장소 하나 못 정하는 사람들이었던 데 반해,
남편은 지금 생각하면 허세도 약간 있었지만
첫 만남부터 자신감 있고, 편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그 동안 만났던 남자들과는 달라 바로 호감이 갔다.
그리고 사람이 풍기는 이미지에서부터 나와는 달랐다.
나는 내성적에다가 말 걸기 어려운 이미지라면,
남편은 누구나 호감을 가지고 다가가고 싶어하는 편한 이미지이다.
그리고 학력이나 직업도 사회에서 평가하는 어느 정도의 수준은 되었기에,
무의식 중에 '아, 이런 사람과 같이 한다면 내 삶이 조금은 편해지겠지?
내 자존감도 올라가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나만의 능력이 아닌 타인의 능력에 의지하려는 낮은 자존감 덩어리였던
내가 가질만한 생각이다...
실제로 내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남편과 같이 물건을 사러 가면
상인들이 친절하고,
말 한 마디도 다정하게 건네준다.
왜냐하면 싱글일 때, 나는 물건 사러 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자격지심일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나를 무시하는 눈빛과 불친절을 늘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혼자서도 식당에 가서 밥 잘 먹고 커피도 마시지만,
싱글일 때는 안 그래도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부끄러워 혼자 어디 가기를 주저했던 내가
지금은 든든한 남편이 있으니 어디든 가는 데 문제 없다.
남편만 있으면, 아무리 불친절한 곳이라도 두렵지 않다.
물론, 스스로의 내면을 키우며 내공을 단단히 해야 진정한 자존감이겠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 올라가기 전까지는
우선 '패션 근육'과 같은 나만의 '패션 자존감' 남편을 옆에 끼고 잘 활용(?)하려 한다!
고마워 남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