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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이 Oct 23. 2024

13. 자식 복은 없어도 부모 복은 듬뿍

고난과 기쁨 총량의 법칙

생체 노화의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식은 가질 수 없지만,

부모 복은 누구보다 많이 받았다고 자부한다. 


친정 부모님을 비롯해, 시댁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친정 부모님은 내가 아이가 있다면 부모님이 나에게 주신 사랑만큼

줄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을 듬뿍 주셨고, 자식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다. 


어릴 때는 물론이고, 결혼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어릴 때는 풍족하지 못 한 교사 월급이지만 부족하지 않게 교육시키려 누구보다 애쓰셨고

실제로 아쉬울 것 없이 과외까지 받으며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또한 아버지 덕분에 학교 공부 외에 예절 교육도 엄격히 받았고 

지금 말하는 역사 문화 체험도 아버지 손에 이끌려 자주 다녔다. 


그리고 부모님을 생각하면 바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희생을 많이 하신 분들이다. 

특히나 당신들에게는 아픈 첫 딸이 있다. 

그래서 육체적, 경제적으로 힘드셨을 텐데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두 자식을 올바로 키우려고 무진장 애쓰셨다. 

지금도 그 점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경제적인 부분의 경우, 부끄럽지만 두 자식 모두 대학교, 어학연수, 대학원까지 지원해 주셨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통해 내가 일부 보태기는 했지만, 어느 집 자식처럼 완전히 스스로 벌어 한 건 아니다. 


이는 결혼 당시와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이다. 

경제적 지원이 자식을 망치는 경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의 마음은 행여나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자식들이 고생할까 봐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신 것 같다.

이 부분은 지금도 그러신다. 

특히나 아버지는 고향에 내려가면 차비하라고, 또 용돈이라며 늘 봉투를 내미신다. 

자식들이 용돈을 드리는 게 아닌...

그리고 무슨무슨 기념일이나, 혹은 특별하진 않지만 직장에서 좋은 일이라도 있으면 

기념하라며, 맛있는 거 사 먹으라며 또 용돈을 보내신다. 

너무 죄송스럽고 민망해서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해도, 그게 당신의 기쁨이라며 받으시란다.

못 이기는 척 받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죄송스러우면서도 가계에 보탬이 되는 건 사실이다. 


친정을 방문하면 엄마는 부엌일을 멈추질 않는다. 

자식들 건강한 집밥 해먹이고 싶으셔서 오기 며칠 전부터 장을 한껏 봐오셔서

맛있는 집밥을 정말 다양하게 해 주신다. 

그리고 설거지도 절대 건드리지 않게 하신다.

당신 살림이라며 직접 해야 된다고 고집 피우시니...

자식으로서는 70대 어머니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민망하지만 앉아있을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부모님의 건강도 나에게는 너무나 큰 축복이다. 

어머니 70대, 아버지 80대이신데도 아직 큰 병 없이 건강하시다. 

당신들 말씀으로 아픈 자식이 있으니 더욱 건강에 신경 쓰셔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70,80대처럼 보이지도 않고 사회활동도 활발히 하시며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신다.


이 점이 자식 된 나에게는 정말로 큰 축복인데, 40~50대의 주변인들을 보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자식이 있는 경우, 어느 정도 키워놨더니 편찮은 부모님 돌보느라 힘들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병치레는커녕, 

오히려 젋었을 때보다 더 활발하게 지내시니 내가 걱정할 있어 어디 있겠나? 


엄마는 매일 오전 헬스장 3시간이 루틴이고

오후에는 교회 지체들, 친구, 형제, 동창 모임들로 늘 바쁘다. 

그래서 덜 늙고 건강하게 지내시는 것 같다.

아버지의 경우, 올해 84세이신데도 지난봄에 우리와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오실 정도이다.

그리고 여전히 과거 경력을 살려 복지센터에서 강의도 하시고, 

80대의 연세가 무색할 정도로 인터넷 뱅킹, 블로그 등

젊은 세대들의 영역도 불편함 없이 거뜬히 하신다. 


70,80대의 모범적인 건강 비결을 얘기하라면, 우리 부모님의 예를 들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러니 자식인 내가 부모님을 돌 볼 부분이 없다. 

오히려 나보다 활발하게 사회생활 하시고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시니 말이다. 


시어머니도 마찬가지이신데, 수영, 걷기 등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시며

시댁을 방문하면 며느리인 나는 기껏 설거지 정도 도와드릴 뿐,

다른 일은 모두 직접 당신이 하신다. 

그리고, 흔히들 고부갈등의 원인으로 꼽히는 전화 안부 요구도 없으시니

시집살이 없이 난 참 편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전체 인생에서는 고난과 기쁨의 총량 법칙이 존재한다는데,

그런 면에서 나에겐 자식복은 없지만,

그보다 더한 부모복이 있으니 어찌 내 삶을 불평할 수 있을까?

오히려 감사에 감사를 더해도 모자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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