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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 8, 9월 : 논두렁풀약 콤바인정비

7월 중순부터 아이들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벼농사로 돈 버는 법에서 가장 큰 고민은 언제나 아이들이다. 일하느라 바쁠 때 아이들 밥 어떻게 챙겨주지, 아이들끼리 집에 있을 때 뭔 일은 안 생기겠지? 하는 고민을 늘 갖고 있다. 부모의 책임감이 무거워질 때다. 농업 특성상 아침 일찍 나가야 할 때도 많고, 일을 하다가 중간에 멈추는 게 어려워 밥때를 놓칠 때도 많다.


5월은 가정의 달이지만 모내기로 가장 바쁠 때라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한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 7, 8월 여름방학 동안은 정말 열심히 놀러 다닌다. 일도 열심히 했으니 놀기도 열심히 놀아야 한다는 남편의 확고한 워라밸 덕분이다.  나만 집에서 쉬고 싶구나.  그렇게 신나게 아이들과 여름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8월 마지막 풀약을 준다.




8월 논두렁 풀약

논두렁 풀약은 1년에 총 3번 준다. 모내기 전 4월, 모내기 직후 5월, 여름 끝물 8월. 열심히 놀고 와서 다시 일을 하려니 제일 일하기 싫을 때가 8월 말이다. 날은 여전히 덥고 약통은 무겁고 논두렁은 참 길다.


이 시기쯤 되면 모가 제법 많이 자라서 논두렁 풀약이 묻으면 약해를 입는다. 그래서 바람 없는 날이나, 바람 없는 새벽시간에만 논두렁 풀약을 준다. 날씨와 시간의 제약이 있다 보니 농사량이 많은 집은 인력을 불러 여러 명이 동시에 풀약을 주기도 한다. 농사에서 인건비 부담은 참 크다. 인건비를 아끼려면 혼자 해야 하고, 혼자 하면 몸이 고되다.


논두렁에 풀약을 주는 농약살포기도 가격이 꽤 나간다. 관리를 잘해주면 오래 사용할 수 있겠지만, 배터리 충전이 잘 안 되거나 물통이 깨지거나, 약줄이 고장 나기도 한다. 부품만 교체할 때도 있고, 부품값이 비싸 그냥 새것으로 교체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 농사에서 기계를 잘 관리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9월 논 말리기

9월은 한가하다. 비가 자주 와서 물걱정은 없지만 논이 마르지 않게 물고 관리를 하는 게 주된 일이다. 9월은 장마나 태풍이 많이 발생하는 라 자연재해 피해가 가장 큰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연이 그러는 걸 막을 방법도 없다. 자연재해는 농업소득에 큰 피해를 준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1년 단위로 가입하고 보험료의 일부는 지원받아 부담이 적다. 피해를 입었을 경우 줄어든 소득의 일부를 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장마, 태풍이 다 지나가고 9월 말쯤 되면 논에 물을 다 빼버린다. 보통은 벼수확을 보름정도 앞두고 물을 뺀다고 한다. 물기가 있을 때 벼가 영양분을 흡수하여 더 크게 여물기 때문이다. 논 컨디션마다 다르겠지만 주변 농민들은 되도록 물을 늦게 빼려고 한다. 남편은 논이 잘 말라야 콤바인 작업이 수월하다며 남들보다 일찍 물을 빼버린다.


농사 10년, 남편에게 일대일 과외로 배우며 여기저기 농사꾼들 이야기 보고 들었다. 다들 각자의 노하우는 있지만 하나뿐인 정답은 없었다. 품종에 따라, 농지에 따라, 체력에 따라, 기계장비에 따라, 각자의 여러 가지 조건마다 농사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험이 젤 중요한 것 같다.  



콤바인 정비하기

작년 수확 막바지에 콤바인이 고장 났다. 우리 집 콤바인은 20년쯤 된 제품이다. 아버님이 사용하시던 농기계를 물려받아 10년 넘게 사용 중이다. 콤바인을 바꿔야 하나 고민만 5년째 하고 있다. 덜덜덜 거려도 정비 후 작동시키면 버리기 아까울 만큼 잘 움직인다. 남편 정비실력이 좋아 잘 고치는 것도 있겠지만 본인이 직접 고쳐 사용하니 수리비 부담이 적은 것도 한 몫했다.


비슷한 크기의 콤바인을 새로 살려면 국산이냐 수입이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겠지만 대략 1억쯤 예상해 본다. 1년 농사지어 기계값 갚으면 남는 게 없겠다 싶어서 포기했다. 중고기계도 알아보는 중이지만 그것도 몇 천만 원씩 한다. 그렇게 매년 망설이다 고쳐 쓰고 고민하다 고쳐 쓰고 있다.


올해는 진짜 콤바인을 바꿔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필요한 부품을 구입해서 수리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역시나 잘 고쳐졌다. 버리기 아까울 만큼 작동이 잘 된다. 올해도 콤바인은 못 바꾸겠다.


벼농사의 경우 대형농기계가 많이 필요해서 기계값, 수리비가 1년 농업소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변에 보면 기계는 억 단위로 비싸고 좋은 기계를 사용하면서 기계를 잘 다룰 줄 모르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작은 고장에도 정비기사를 부르거나 본사로 기계수리를 맡긴다. 고쳐 쓰는 일이 잦아지면 기계를 다시 새 걸로 바꾼다. 1년 농사지어 기계값 할부 갚기 바쁘다. 기계만 봐도 돈 새는 소리가 들린다.



벼우량종자대 지원금

농사철에 돈 나갈 일이 더 많지만 돈이 들어올 때도 종종 있다. 9월 말 벼 우량종자대 지원금이 나왔다. 3월에 벼우량종자 지원사업에 참여해서 받을 수 있었다. 농사도 정보력이 필요하다. 농촌지역 특성인지 인터넷으로 공유되는 정보가 많지 않다. 우리 지역에 어떤 지원사업이 있는지 평소 행정복지센터 산업개발팀에서 정보를 얻는 게 참 중요하다.


2023년 진천군 공공비축미는 알찬미와 황금노들이다. 지역마다 공공비축미 품종은 다르다. 그중 알찬미는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연구(SPP)를 통해 육성한 고품질 품종으로 올해 적극 지원하는 품종이었다. 고급품종 추청(아끼바리)과 비슷하여 쌀도 좋고 밥맛도 좋아 최근 많은 농가가 알찬미를 심었고 우리도 볍씨를 구입해 알찬미를 심었다.





8월, 9월은 조금 한가로운 기간이다. 10월은 본격적으로 수확철을 맞이해 다시 바빠진다. 모내기보다 벼수확이 일도 훨씬 수월하지만, 수확한 볍씨가 쌓여 돈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 10월 수확철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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