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엔 정말 없는 게 없다. 진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저렴하고 품질도 좋은 다양한 물건을 쉽게 구입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우리 집 살림살이의 대부분은 다이소에서 왔다. 하지만 다이소에서 절대 구입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수세미. 1천원, 2천원이면 다양한 소재와 크기의 수세미를 살 수 있지만 나는 수세미를 자체 생산해서 사용한다. 코바늘로 수세미를 직접 떠서 사용한 지 9년째가 되었다. 수세미 교체할 때가 되어 새 수세미를 만들면, 남편은 또 눈을 흘긴다. 뜨끔해서 먼저 말한다. "아, 지금 쓸 거 딱 1개만 뜨는 거야!"
코바늘 뜨기를 배웠다
둘째를 임신하고 출산 전까지 남은 자유시간을 정말 알차게 쓰고 싶었다. 뭐든 배워야 할 것 같았다. 임신, 출산, 육아 과정에서 왔던 나의 우울감들 대부분은 무기력함에서 왔다. 몸이 무거워서 아파서 힘들어서, 아기에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 나는 우울했다. 생산적이고 유익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때 마침 도서관 평생학습 프로그램으로 코바늘뜨기 수업이 있어서 태교에 좋을 것 같아 도전했다. 결론적으로 코바늘 뜨기는 유튜브로 독학했지만. 나 혼자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내가 쓸모 있게 느껴졌다. 우울감은 집중력으로 바뀌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코바늘로 다양한 뜨기를 할 수 있지만 난 지금까지 수세미만 뜬다. 수세미가 가장 실용적이니까. 수세미도 다양한 모양이 있다. 처음엔 다양한 디자인에 도전했다. 모양이 복잡할수록 이쁘지만 그만큼 만들기 힘들었다. 투자시간 대비 쓸모는 똑같았다. 예쁜 디자인은 시간낭비라고 깨달았다. 그 뒤로 호빵모양 기본 수세미만 만들고 있다.
수세미 뜨기에 푹 빠져 있을 때의 나는 정리수납을 배우며 한창 물건을 줄여나갈 때였다. 그럼에도 유일하게 대량구매하며 꽉 채웠던 것이 수세미실이었다. 한 번에 수세미실 10개를 구입하면 1개 추가로 주는 이벤트가 있어서 늘 11개가 왔다. 수세미 실을 쳐다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수세미뜨기 중독단계가 왔다.
시급 4000원?!
처음엔 수세미 1개를 완성하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그 시간 동안 구부정한 자세로 실뜨기를 하고 있으면 남편은 어김없이 잔소리를 한다. "수세미 얼마한다고, 그냥 사 써!" 수세미 1개를 아무리 빨리 만들어도 30분. 1개 2000원쯤 한다면, 내 시급은 4천원이 된다는 남편의 현실적인 잔소리 아닌 걱정에 꽤 충격을 받았다.
남편 덕분에 수세미 뜨기 중독(?)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세미 덕분에 그 소심하던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임도 만들어 보고 누군가에게 내가 아는 것을 가르쳐보는 경험을 했다. 시어머니 환갑잔치 답례품으로 수세미 선물세트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나눠드렸다. 고생은 했지만 뿌듯했다. 작은 손재주로 큰 경험을 만들었다.
미니멀라이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심플한 디자인과 색상이다. 나는 아직까지 내가 만든 수세미보다 두께, 모양, 색상이 맘에 드는 제품을 찾지 못했다. 고리 모양과 크기까지 딱 내 스타일을 고려하여 만들었다. 덕분에 남편의 걱정(?)에도 9년째 수세미를 만들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즉석으로 만들어 쓴다. 꺄 뿌듯하다. 우리 집 주방에 딱 어울리는 심플한 디자인과 색깔이 참 좋다. 설거지도 잘 되고 거품도 잘 나고 크기도 내 손에 딱 맞다.
직접 만든 수세미는 가성비도 좋다. 시급으로 따지면 조금 슬프지만, 실 1 타래 2500원으로 수세미를 4~5개씩 만들 수 있다. 누구는 돈 주고 취미생활도 하는데 나는 돈 벌며 취미생활을 한다. 수세미가 비싸고 귀한 물건은 아니지만 어느 집이든 꼭 필요해서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선물하기 좋다.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수세미에 '나의 소중한 시간'을 담아 선물한다. 수세미 덕분에 취미생활도, 선물도 미니멀해졌다.
코바늘 수세미 뜨기는 생각을 비우고 멍 때리기 좋다. 코바느질을 반복하다 보면 잡념이 없어지고 집중력은 향상된다. 필요 없는 것은 비우고 필요한 것만 채우는 미니멀과 닮았다. 누군가는 궁상이라 하겠지만 나는 미니멀한 취미생활이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수세미 같이 뜨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