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아름이
아름이는 우리가 아기 때부터 노견이 되어 숨을 거두는 날까지 14년을 함께 한 강아지이다.
아름이에 대해서 잠깐 추억을 더듬어 보자면,
1. 아름이는 순하고 착했지만, 겁쟁이였다.
개는 집과 식구들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빈집에서 누군가 벨을 누르거나, 소리가 나면 몹시 짖는다고 알고 있는데, 우리 아름이는 반대였다. 혼자 집에 있을 때는, 벨 소리가 나도 짖지 않는다. 하지만, 집에 식구들이 있을 때 낯선 소리가 나면 아주 용맹하게 짖었다.
또 한 번은 우리가 학교 가려고 나가는 사이, 아름이도 그 문 틈 사이로 같이 나온 모양이다. 아름이가 없어진 걸 안 정여사는 사방팔방으로 찾으러 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아름이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정여사가 어디서 강아지 "낑낑"대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한층 아래 집에서 아름이가 문을 긁으며 울고 있던 것이다.
그렇다. 아름이는 16층 우리 집에서 한층 내려간 15층까지만 모험을 하고, 거기에서 계속 울고 있었던 거다.
그래그래.... 우리 아름이가 겁쟁이라 너무 다행이다.
2. 아름이는 정여사의 검정개로 유명했다.
아름이의 산책담당은 정여사였는데, 하루에 한 번은 꼭 나가서 산책을 시키고 실외 배변을 시켰다.
그래서 내가 집에 늦게 오는 날이 있으면, 그때 맞추어서 아름이를 데리고 마중을 나왔다.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길, 저~~~~~~~~~~기 멀리서도 정여사와 검정 강아지 아름이의 실루엣을 볼 수 있었는데, 아름이도 나를 알아보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온다. 그리고 얼굴만 확인하고, 본인 볼일을 보러 간다. 다시 정여사에게 가는 것이다.
정여사와 산책하는 아름이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유명해서, 산책하다가 아름이가 없어져도, 꼭 누군가 알려준다. "아줌마, 검정색 개 아줌마네 개죠? 저~쪽에서 혼자 있던데"
이렇게 정여사와 알콩달콩 이쁘게 정을 쌓으며 건강하게 살던 아름이가 14살이 되었을 때였다.
아름이는 정여사가 언니를 만나러 미국에 다녀온 사이, 정여사가 없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크게 아팠다.
결국 아름이는 노환과 함께 몸이 급속도로 쇄약 해져서, 밥도 안 먹고, 두 다리에 힘이 없어, 잘 서 있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름이가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퇴근하고 돌아온 남동생에게도 가서 안기고, 무서워하던 아빠에게도 다가가서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 아름이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게 나와 아름이의 마지막이었다.
모든 식구가 출근한 사이, 여느 날과 같이 아름이는 정여사 방에서 정여사와 한참 시간을 함께 보냈다.
정여사 : 아름아~ 엄마 잠깐 나갔다가 올게. 집 잘 보고 있어..... 금방 빨~리 다녀올게~
정여사가 잠깐 외출했다 돌아오니, 아름이는 항상 낮잠을 자는, 볕이 잘 드는 거실 한가운데 편안한 자세로 자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아름이가 일어나지 않아, 정여사가 아름이를 안아보니, 아름이는 편안하게 숨을 거두고 쉬고 있었다. 정여사는 아름이를 황금색 보자기에 싸서,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되었다.
정여사 : 아름이 병원에 데려다줬다. 좋은 데 갔을 거야. 그래도 아름이가 엄마 힘들까 봐 나 외출한 사이에 갔다. 아름이가 느그들보다 속 안 썩여.
아름이를 떠나보낸 나는 당연히 대성통곡을 하고, 몇 날 며칠을 울었다.
정여사가 우는 것은 보지 못했다.
나는 지금까지도 내가 아름이와 가장 가까운 애착 관계였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아니라 정여사였다.
아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정여사는 밖에 나가서 걷는 빈도가 현저히 낮아지게 되었고, 우리는 알게 되었다. 정여사가 아름이를 산책시킨 것이 아닌, 아름이가 정여사를 산책시킨 것이었다는 것을.
아름이를 떠나보내고 예전처럼 밖에 나가지 않는 정여사에게, 강아지를 다시 키우자고 해도 정여사는 극구 반대한다.
정여사 : 아휴. 똥 치우고, 목욕시키고, 난 이제 못해!
.....
............ 그리고 (줄어드는 목소리로) 가슴 아파서 키우것냐.
다 퍼줘도 좋은 소리 못 듣는 자식보다, 얼굴만 보여줘도 무한 애정을 보내주고, 14년 동안 그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감정을 위로받은 아름이가 없으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한참 사회 초년생인 자녀들에게 아름이 없어서 외롭다는 말도 못 하고...
아름이랑 헤어진 지 15년이 되어가는데, 지금사 정여사의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지 느껴진다.
정여사 혼자서 마이 힘들었겠어용. 미안해용.
지금부터라도 둘째 딸이 옆에서 꼬리도 흔들고, 말도 잘 듣고 할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