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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시대, 안전안내문자는 이제 하루 일과가 되었다. 예전에는 어쩌다 긴급재난문자나 안전안내문자가 울리면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화들짝 놀라곤 했는데. 이제는 동시에 진동이 울려도 그러려니 한다. 매일 오전 11시 30분이면 서울시의 신규 확진자 수가 알림으로 오고, 잊어버릴 만하면 어디어디 방문하신 분은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가 뜨니까.
너무 자주 울리는 안전안내문자가 지겨워서, 한창 자주 울릴 때는 잠시 꺼 둔 적도 있다. 다시 켜 놓은 후로도 자세히 읽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신규 확진자 수 증가세를 예민하게 바라보았지만 언젠가부터는 모르고 지낸다. 안다고 할 수 있는 일도 딱히 없었고. 어차피 내가 방문한 곳 때문에 안내문자가 울릴 확률도 낮아 보이고.
그러나 확진자까진 아니어도 밀접접촉자, 자가격리자라는 이름으로 흐릿하게 연결되고 나니, 재난문자도 조금 신경 쓰인다. 자가격리 기간만큼 서울시 확진자 추이를 면밀히 지켜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한 번은 징징 울리는 핸드폰을 들었을 때 뜻밖의 내용을 보았다.
실종자에 대한 내용이었다. 2021년 6월부터 실종경보 문자를 시행했으니 몇 달이 지났지만, 자세히 읽은 건 처음이었다. 70대 할아버지가 지금 어디에 계신 걸까. 마음이 짜르르 아파왔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던지, 실종경보 문자에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실제로 치매 노인을 문자 발송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찾았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실종도 물리적 이동이니 골든 타임이 있을 테지.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수많은 일상 변화 중에는, 잘 활용하면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지켜주는 것도 있었구나.
새삼 그렇게 우리가 한 공동체로 연결되어 있음을, 평소엔 개인으로서 살기 바빠 느끼지 못하던 지점을 생각하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담당 공무원 분께 온 전화였다. 공손하게 받았는데, 이내 죄송하다고 거듭 인사해야 했다. 백그라운드에 열려 있는 어플을 쭉 닫다가, 실수로 자가격리자 어플도 같이 닫았던 것이다.
어플은 GPS로 내 위치를 파악하는데, 백그라운드에 켜져 있지 않거나 몇 시간 동안 아무 움직임이 없으면 담당 공무원에게 알림이 간다고 했다. 그래서 바쁘게 일하거나 영화를 볼 때에도 한 번씩 핸드폰을 들어 무의미하게 두어 번 흔들고 그랬다. 그렇게 열심히 신경 썼는데 어플을 꺼 놓고 있었다니, 공무원 분의 일을 하나 늘렸다니.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물론 친절한 공무원 분께서는 내 사과에 거듭 손사래를 치셨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게 오래 꺼져 있으면 보건소에서 출동해서 댁으로 찾아가고 그러거든요…”
“네, 지금 바로 켰습니다. 진짜 너무 죄송해요…”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이런 식으로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자가격리자로 남고 싶었는데 한 번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심지어 더 죄송하고 황송하게도, 오히려 격려와 위로까지 받았다.
“많이 힘드시죠? 하필 또 명절 때 자가격리를 하시게 되어서…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자가격리 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밀접접촉자가 되었다는 게 중죄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뭐 굉장히 잘했거나 억울한 일도 아닌데, 곳곳에서 위로와 격려를 많이 받았다.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회사에 알렸을 때에도, 인사 담당 부서의 팀장님께 메일을 받았다.
자가격리와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까지 끌어다가 위로와 공감의 다정한 인사로 시작한 메일은, 자가격리를 하게 된 직원들을 위해 밀키트를 보내고 있으니 주소와 연락처 확인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있는지도 몰랐던 사내 복지를 하나 알게 되었다. 밀키트도 밀키트지만, 감동적인 건 사람의 마음이었다. 바쁜 업무 가운데 직원의 안위와 입맛까지 섬세하게 챙기는 일을 업무에 추가하는 마음. 따뜻한 배려를 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인은 역시 밥이 제일 중요해서, 자가격리 소식을 들은 사람들 모두 내 식사를 가장 많이 걱정해주었다. “광고 잘 만들었네…” 하며 구경하던 배달의민족 쿠폰도 이번에 처음 써봤고, 카카오 기프티콘도 여러 개 받았다. 마트 배달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만큼 먹을 게 많았지만, 먹을 것보다 그 뒤의 마음이 더 고마웠다. 그 후로 나도 주변 친구들 중 자가격리자가 생기면 뭘 꼭 보내고 있다.
며칠 후 도착한 밀키트를 찍어 감사 인사를 담아 메일 답장을 보내면서, 문득 생각했다. 혼자 있을 때, 특히 명절에 이렇게 누군가 나의 식사를 걱정해 완제품에 가까운 음식을 보내준다는 거 정말 마음 포근한 일이구나. 그러고 나니 결식아동 사랑의도시락 후원이 달리 보였다. 예전에는 ‘음 그래 좋은 일이지… 필요한 일이지…’ 정도로 지나쳤다면, 지금은 조금이라도 비슷한 마음을 느껴보았으니까.
자가격리 기간이 지나면 국가에서 지원금이 나올 텐데, 그중 일부를 사랑의도시락 후원금으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원을 그리듯 이어지는 이 마음들을 잘 기억해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