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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희 Apr 19. 2023

한계라니 그게 뭐람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 얼마 전 나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 자신에게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고. 한계라니 그게 도대체 뭡니까. 어떤 한계를 말하는 걸까요? 무엇을 할 수 있다 없다, 내가 말하는 것은 그런 한계입니다. 한계가 없다니 그런 생각만 해도 나는 무한대로 넓어집니다.

나는 달리기를 할 수 있고 노래를 할 수 있고 물수제비를 뜰 수 있고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한강을 뒤덮을만한 웃음을 터트릴 수 있고, 제트기(더 빠른 게 있다면 그걸로)보다 빨리 미국에 마음을 보낼 수 있고, 남산을 움직이기도 합니다. 연두는 나를 염두에 두고 천천히 짙어집니다. 내가 빤히 보고 있으니까 연두는 나를 흘깃흘깃 내려다보며 천천히 짙어집니다.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우리는 사실 모두가 그렇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깨어 있는 사람인데 이 충만이 착각이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충만하니까요. 착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명료함보다 착각한 나의 충만이 나는 자랑스럽습니다. 명료함보다 갖기 힘든 게 충만 아닐까요.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내가 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쓰지 않는 나는 멋이 없어서 안심이 안 돼요. 써야 안심이 됩니다. 그것이 나니까. 내가 쓴 글 속에 나라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쓰는 행위 속에 내가 있습니다. 나는 이 글자와 글자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물들어 있습니다. 글자와 문장과 나는 분리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물들어 있으니까요. 밤은 익숙치 않지만 술 취한 밤은 익숙합니다. 그런 밤은 언제나 나를 어루만져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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