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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그 Oct 22. 2021

이 풍경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울음 탐구 에세이 : 오늘 왜 울었나요?] #2. 책 읽다가 울었어

날씨가 화사하다.

어디로 훌쩍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가장 익숙한, 아끼는 공간에 앉아 책을 읽는다.


오늘 내가 가진 책은 정혜윤 작가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이다.

한 페이지씩 읽을 때마다 아슬아슬하게 눈물이 고인다.

책에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아주 아름다운 사람들이. 정혜윤 작가의 다정한 언어로 옮겨진 그들의 슬픔과 기쁨을 건네받는다.


그들이 꺼내놓은 마음에 달아오르다가도 차갑게 식는다. 나는 사랑에 실패한 사람 같아서.

나는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 이리저리 재보다 울적해진다.


창 밖으로 눈을 돌린다. 물들고 있는 가로수와 낡은 자전거, 나무로 만든 아이 키 정도 높이의 입간판, 그 보다 더 조그만 화분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듯 리고 있는 햇빛까지. 나는 이 풍경을 사랑하는구나. 단번에 깨닫는다. 하지만 나는 사랑을 모르므로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이 풍경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말이 더 알맞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이 또한 내가 사랑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일 테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열심히 연습해서 노련한 사람이 될게.


돈도 잘 벌고 싶고, 팔자 주름도 안 생겼으면 좋겠고, 힘도 세지고 싶고,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고 싶고, 글도 잘 쓰고 싶다. 삶이 짧다 느껴질 정도로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지만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사랑을 잘하고 싶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우리 정말로 더 잘 사랑해야 한다. 처음에 사랑했던 것보다 더 많이.

- 정혜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프롤로그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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