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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ea May 25. 2024

나에게 모닝 페이지는...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쓰느라 열일곱 쪽을 썼습니다. 인증 글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어 내용만 흐리게 처리한 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뭐든 처음 시작하고 인증할 때는 인증 방식에 대한 고민 탓에 세팅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한번 세팅이 완료되면 기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에 인증만을 위한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맘 잡고 뭔가를 끄적이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펜에 가속도가 붙어 순식간에 써 내려가는 날이면 한 쪽씩 사실과 정보만이라도 매일 기록해 놓을 걸 하는 후회가 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기억 속에만 저장해두었다가 나중에 꺼내면 이미 정제되고 변질하여 빛바랜 앨범처럼 보이니 말입니다.


   매일 쓰진 못했어도 현재 140일 차 모닝 페이지로 469쪽까지 기록했습니다. 달리는 생각의 속도에 맞추고자 펜이 지면 위를 미친 듯 달릴 때면 마음속 언어들이 쏟아져 나와 쌓입니다. 춤추던 펜이 출근 시간이나 급한 일 때문에 억지로 멈출 때가 많습니다. 12쪽이나 썼을 때도 말이죠.


   작년 하반기에 아티스트 웨이가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래학교 독서 토론 동아리에서 이 책을 다루면서 모닝 페이지를 처음 쓰기 시작했습니다. 12주 동안 책을 읽으며 내용을 실천하고 주 1회 만나는 모임이었습니다.


   후반에는 모임 시간 참석 형편이 안 되어 모임에 끝까지 참여하지 못하고 혼자서만 중간중간 작성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올해 초부터 뉴 아티 작가 모임에 합류하면서 다시 이어갔습니다.


   모닝 페이지는 트랜스포머입니다. 저를 자꾸 바꾸기 때문이죠. 모닝 페이지를 쓰기 이전과 지금의 저는 사뭇 다릅니다.

평소에는 초긍정의 아이콘으로 늘 해바라기 같은 얼굴을 하지만 모닝 페이지 속의 저는 분노의 감정 표현까지도 서슴없이 하는 매우 솔직한 수다쟁이입니다.


   최근 들어 그럴만한 일들이 발생해서이긴 하겠지만 서운한 감정, 화난 마음, 불의에 대해 분노하고 고발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됩니다. 이 들끓는 마음을 한 단계 걸러내는 거름 장치로 쓰이면서 저를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켜 갑니다.


   줄리아 카메론은 자신 안의 예술성 호흡과 성장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모닝 페이지를 꼽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상태가 되어야 예술적 혼이 마음껏 발휘된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안에 억압된 쓴 뿌리들이 분출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나중에 그 쏟아냈던 것들을 다시 하나씩 보듬어 씻고 의미를 부여하며 옷을 입혀서 세상에 내놓을 때 비로소 아름다운 예술이 탄생합니다.


   모닝 페이지는 마음을 쓸어 담는 감정 쓰레기통입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감정이 들어가기도 합니다만 이전 같으면 혼자 처리하고 구석 저 쪽에 던져 놓았을 법한 쓰레기들을 다시 주워 와서 담기도 합니다.  


   아티스트 웨이는 12주 동안 읽으며 미션을 수행하도록 기획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3개월 동안 매일 꾸준하게 쓰면서 제대로 마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싶습니다. 저 역시 여러 가지 핑계로 굶다 못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허겁지겁 먹는 밥처럼 한꺼번에 몰아서 쓸 때가 많습니다.  다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약 10개월간 지속해왔고 이제서야 1회 독을 마치고 2회독에 들어갑니다. 볼펜으로 직접 쓰고 있는데 노트로는 세 권 째입니다.


   작년 후반기부터 올해 계속 저는 어떤 일 때문에 계속 고민하며 씨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제 글에는 이런 고민과 함께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가 잔뜩 들어 있습니다. 훗날 이 글들은 개인의 역사를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모닝 페이지는 개인, 가정, 그리고 제가 속한 공동체의 중요한 역사 자료이기도 합니다.


   모닝 페이지를 알게 된 것은 제게 큰 행운입니다. 먼난 지 1년도 안되었지만 가장 속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평생 친구입니다. 혹시 이런 친구가 필요하신 분은 <아티스트 웨이>를 읽어보세요. 저도 앞으로 가끔 저의 모닝페이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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