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에 살고 싶은 나는 글도 책읽기도 또한 그림도 내 맘대로 해석하길 좋아한다. 주류에 속하는 것이 가끔 불편할 때는 내 맘대로 돼가는 이 삶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생각하는 까닭이다. 각자 무릎을 탁 치는 포인트는 다를 터. 이번 해 즐겁게 탐닉했던 글쓰기와 책읽기에 대한 나만의 즐거움을 정리해 볼까 한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한강을 바라보며 올림픽대로를 달리고 있는데 남서쪽에서 아주 큰 무리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는 게 아니겠나. 철새들의 이동일까. 그야말로 대열을 정리해 앞으로 쭉쭉 날아가고 있었다. 목표를 확실히 한 듯해 보이는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내 눈은 반대로 달리고 있는 차를 밀어내며 쫓아갔다. 어어. 그런데 그 대열의 꽁지에 힘겹게 따라가는 새 한마리가 있었다. 그야말로 그림책이 따로 없었다. 새야. 새야. 힘을 내. 따뜻한 곳으로 어서 가야지. 조금만 더 힘을 내. 새들의 무리를 발견한 순간부터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줄거리가 있는 한편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내가 아는 한 해피앤딩으로 끝났을 것이다.
"글이란 도대체 뭘까? 서로 잘 어울리는 것, 그게 바로 글이지! 저 새들을 보게나, 서로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그러니 지금 이 새들의 모습보다 더 훌륭한 글은 세상에 다시 없을 거라네. 야후, 신이 나는구나! 오늘 나는 진짜 글을 읽었다!" 뜰에서 지저귀는 새들을 보며 조선 후기 문신이면서 학자인 박지원이 한 말이라고 한다. "글의 정신과 뜻은 우리가 사는 하늘과 땅과 공기 중에도 있고 만 가지나 되는 물건들에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과 공기와 만 가지 물건들은 아직 글자로 쓰지 않은 글자이며, 아직 완성하지 않은 글인 셈이랍니다!" 박지원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 학자들의 고전에 매료되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며 쓴 책이 무척 많은 설흔 작가에 대해 궁금했다. 그의 책 <하늘을 나는 새들도 글을 쓴다>를 읽으면서 조선 후기 그 유명한 박지원, 이용휴, 정약용, 이덕무, 박제가 등 학자들의 글쓰기와 책읽기에 대해 아주 조금 알게 됐다. 그들은 어떻게 글을 썼기에 지금까지도 대단하다는 칭송을 받고 있는 것일까. 특별한 것은 없으나 사소한 것을 대단하다 생각하는 영특함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책을 좋아해 책만 읽었던 이덕무가 그러했고 자연의 움직임을 책읽듯 즐겼던 박지원이 그러했고 수도없이 썼던 글들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이용휴가 그러했고... 스스로 느끼고 깨우치지 못하면 실천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러한 것을 발견하기 까지 단단한 마음으로 글쓰기와 읽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영특하고 즐거운 발견이었으리라.
이번해 만큼 재미있는 독서를 했던 적이 없었다. 좋은 글은 낭독을 하며 무릎을 쳐대기도 여러번. 아무리 좋은 글도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베스트셀러 타이틀도 내려 놓아야 하지 않겠나. 감동 받으며 읽고 있는 책에서 소개한 책을 구해 읽게 되고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지는 릴레이가 참 재미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 릴레이는 끝나지도 않는데 숨이 차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 얼마나 재미있는 시간이었는지 즐기고 있었는지 묻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책을 읽으며 글을 쓰는 것은 책만 읽는 것보다 더 재미있었다. 내 글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작가들의 글이 햇볕에 반짝이는 바닷물처럼 반짝거렸다. 작가의 글을 머금고 있는 내 글은 덩달아 멋지게 보이니 이 또한 글을 쓰는 데 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삶이 재미있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영화에 등장한 유명한 까메오처럼 내 글에 떡하니 등장해 장면을 더욱 멋스럽게 빛내주는 작가들의 글. 글을 썼기에 알 수 있었던 재미였다.
박지원의 말처럼 아직 글자로 쓰지 않은 글들이 내 주변에 너무나 많다. 매일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는 수많은 글들을 박제가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제 맛을 살려 맛있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상이 스토리가 된다는 그 말이 좋아서 시작한 글쓰기. 앞으로의 글쓰기는 성장을 목표로 해야겠다. 오늘 쓴 글은 내일 쓸 글을 받쳐주고 매일 조금씩 성장할 수 있는 글이 되도록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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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에서도
새들의 날개짓이 느껴질까
나의 글에서도
새들이 향해 날아가는 그곳이 보일까
나의 글에서도
무리를 따라가는 마지막 새의 간절함이 전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