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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이또이 Oct 26. 2022

사소함

불안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저녁에 해가 지고 아침에 해가 오르듯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까. 단절이란 외로움이 두렵게 느껴져 날 괴롭혔다. 주변, 더 넓게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일련의 현상들은 나의 존재를 무시한 듯 일어나고 사라지며 결국에는 정말 별게의 것들로 마무리 되곤 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나의 실력은 아주 조금씩 질적으로 모양새를 달리하는 듯 했다. 그림도 그렇고 붓글씨도 그렇고 최근에 시작한 먹그림도 그렇게 느껴지니까. 아이들의 성장을 보면 더욱 그렇게 느낀다. 아주 소소한 변화와 마주할 때마다 얼마나 지나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며칠전 붓글씨 수업에 나갔을 때의 일이었다. 최근에 붓글씨를 시작한 어느 수강생의 지도 받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내게도 이러한 시간이 지나갔지 하고는 문득 시간의 존재가 흐려져 덧없이 느껴지는 허전함을 느꼈다. 내게도 최선을 다했던 시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채워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지난 시간 앞에서 난 겸손해지기 보다 별거 아닌 것으로 바라보는 냉소적 시각에 놀라고 있었다. 그 시간들을 진중하게 대하고 있는 이들 앞에서 말이다. 


향수를 느끼듯 지난 시간들을 바라보는 나는 얼마나 가벼운가.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 것들이 되어버린다면 지금 이 순간 난 뭐라도 되어있나. 사람들이 향하고 있는 각자의 시간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난 현기증이 느껴져 잠시 주저 앉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각자의 시간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삶의 가치를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지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나의 수많은 순간들이 흘러가다 의미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나에게만 대단한 일들이 사소한 조각으로 떠돌다 바스라질까봐. 


꿈을 꾸었다. 모교로 다시 공부를 하겠다며 떠난 내가 서울에 두고 가야 하는 것들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한창 예쁘게 자라고 있는 꼬맹이가 눈에 선했다. 엄마 없이 잘 자랄 수 있을까. 일주일에 한번은 집에 갈텐데 괜찮겠지. 이런 불안을 감수하고 공부를 하니 예전 보다는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겠지. 그 막연한 바람과 보장되지 않은 결과에 무엇을 선택하든 불안은 이어지겠구나 생각했다. 


불안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저녁에 해가 지고 아침에 해가 오르듯 사소한 일일 것이다. 기대 이상의 성과도 사소한 행동의 반복적 결과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살면서 이 사소함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오늘도 그 물음에 답하며 채워지는 하루가 되겠구나 싶다. 우연적 성과는 내게 허락되지 않을 테니 난 오늘도 사소함을 무기로 하루를 채워보려 한다.







#고마운글쓰기

#사소함은시시하지않다는생각으로

#하루하루를채우는건나쁘지않을거란기대로

#나의소중한시간들이열일해주길바라는마음으로 

#암튼그렇게하루가시작되고있다는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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