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이또이 Jan 14. 2022

내 삶은 충분히 가치롭다.

아이들을 학교며 어린이집에 보내고 전시장에 있는 작품을 가지러 출발했다. 네비게이션 화면을 보아하니 올림픽대로는 반정도 정체되어 있고 반은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다. 어디쯤에서 막히는지 대략 알겠는데 지루할 것도 같고 뭐라도 들으며 오고 가는 길을 좀더 가치롭게 보내고 싶었다. 다시 시작한 글쓰기에 자극이라도 받자는 생각으로 초기에 여러번 들었던 고미숙 선생님의 '글쓰기 그 통쾌함에 대해' 영상을 네비게이션과 함께 온(ON)시켰다.


평생을 백수로 잘만 살고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경제활동을 10년 넘게 쉬고 있는 내게 위로가 되었다. '선생님정도나 되니까 백수도 즐길 수 있을거야' '경제활동도 자연스럽게 되고 있는 거잖아' 나와는 다른 백수의 삶이니 그 클래스는 분명 다르다 생각하며 글쓰기로 어떻게 존재를 바꿀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앎을 갈구하며 살아간다. 그 앎이라는 건 현시대에 우리가 검색에 기대어 잃어버린 것 같은 지식 축적과는 분명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다는 것을 검색 서비스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면 우리 인간은 이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에 그 질문의 커서는 깜박이게 되어 있다. 그건 분명하게 말하지만 아는 것을 재창조 하는 일일 것이다. 백수생활 10년 조금 넘게 하면서 그 끝자락에 글쓰기를 알게 되면서 조금은 이해되고 오래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내 삶은 가치로운가.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양하게 알아보던 그 끝자락에서 만난 창조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일은 순조롭지 않을 거란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다소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그 시간을 채운다는 게 혼자 지리하게 견디며 할 수 없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꼭 돈벌이를 해야만 삶이 가치롭다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글쓰기를 통해 알게 됐다. 더불어 시작된 그림을 그리며 나의 존재를 조금더 다른 삶에 옮겨 심을 수도 있다는 걸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지금이다.


아침이면 기상과 함께 켜지는 라디오 소리에서 오늘 내 귓가에 머무는 단어들이 있었으니 그건 다른아님 '지옥'이었다. 지옥도 다양한데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긴 숟가락 지옥'과 '혓바닥 지옥'이다. 서로에게 숟가락으로 먹을 것을 주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지옥, 우린 이야기로 들어 많이 알고 있다. 혓바닥 지옥은 생소했는데 말 그대로 말로써 상대방에게 혹은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난 누구에게 혓바닥 지옥을 선물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일상이 지옥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난 지금 스스로도 가족에게도 지옥을 맛보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봤다.


그러던 중 오늘 아침에 읽었던 정여울 작가의 <두근두근>에서 '항상 배우고 또 배우는 삶의 싱그러움을 꿈꾸며' 챕터에서 눈에 들어온 '이중 사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글에 따르면 그것은 '오류라는 것을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그 거짓말에 매달리는 것'이라 한다. 나의 아집과 편견은 이중 사유의 그물망에 걸려 허덕일 때가 많은데 우리의 일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은 이런 오류에 의한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생각이다. 가령 아이들을 대할 때 꼭 필요한 잔소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를 자청하고 끝까지 달리는 경우가 그러하다. 행동을 하는 중간에도 나의 행동이 틀리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고만다. 그러고는 후회한다.


나의 역량으로 인해 타인의 일상을 지옥으로 만들고있지는 않은지, 이중 사유의 오류를 상습적으로 범하고 있는 나의 사유는 자유로운지 그 사유는 가치로운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운전을 하는 동안 내내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글로 옮기고 싶어 더욱 힘차게 악셀을 밟았다.


글쓰기를 통해 분명 나의 존재는 더욱 가치롭게 변하고 있으며 내가 가치롭다 생각하는 방향으로 조금의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 쓸모없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던 나를 일으켜 세우며 오늘을 마무리하고 내일로 향하게 끌어주고 있다. 글쓰기는 도구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고 척박한 지금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삶의 공기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감히 예찬해 본다.



즐거운 상상, 2021, 혼합재료, 31 x 41cm




#작품을회수하니마음이가볍다

#실물이훨씬좋다는걸내작품을통해서도느끼네

#가치로운생각은삶으로녹아든다

#소중한오전시간이제힘차게오후로넘어간다

#나로인해타인에게지옥을선물하지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