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이또이 May 18. 2022

나는 무엇에 진심일까?

나는 가끔 왜 이렇게 열정, 꿈, 희망, 가능성, 원하는 것 등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건지 신기하게 느낄 때가 있다. 한번은 다 먹은 저녁상을 벌려놓고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 주제에 대한 생각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남편은 가끔 방에 혼자 앉아서 그림 그리는 내 모습을 보기만 하다 조용히 사라지곤 할 때가 있는데, 이 사람은 나란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그림을 그리나 궁금할 것 같다. 수다스럽지 않은 사람이지만 이정도 치열하게 그려대는 내 모습을 보고 궁금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텐데. 좀처럼 물어보지 않는 남편이 더 의아해 그 답답함을 풀어주고자 말을 시작했다. 사실 이야기를 하면서 내 생각도 정리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게 맞을 듯하다.


있잖아? 가끔 말야. 난 왜 그림을 그리는지 스스로도 미치게 궁금할 때가 있더라고. 누가 뭐 봐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뭐하고 사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잖아.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누가 그려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잖아. 어쩌다 시작된 그림 그리는 취미가 아주 잠깐이 아닌 아주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 얼마전 어느 책에서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읽게 됐는데 궁금했어. 작가는 어떻게 어린시절 일을 마치 어제 겪은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난 어린시절 기억을 떠올려 글을 쓸 수 있는 장면이 몇 안되는데 말이야. 그 작가는 지금 그림책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린시절 잘 풀리지 않는 외로움을 동화책을 읽으며 그 세계 속에서 성장한 것 같더라고. 그런 기억이 지금 그림책 관련 일을 하고 책까지 출판하게 되는 데 큰 동기부여가 되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어쩌면 말야. 내가 어린시절 기억이 별로 없고 그 속에 그림에 대한 추억은 티끌만큼도 없는 건 말야. 누구도 나에게 물어봐주지 않아서 일 거야.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우리 부모님은 무척 바쁘게 사셨고 나와 오빠들은 먹고 자고 학교 가고 아주 기본적인 생활만으로 채워졌어. 나도 도화지며 땅에 그림을 그렸을 거야. 하지만 누구도 내게 그림을 좋아하는지 무슨 그림을 그리는 건지 물어봐주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중학교에 가서도 고등학교에 가서도 미술 과목이 재미있긴 했지만 누구하나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뭘 좋아하는지 물어봐주지 않았어. 하도 궁금해서 고등학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그림을 좋아했는지 물어봤어. 대뜸,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고 수업 시간에도 종종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있다는데. 정작 난 왜 기억하지 못하는 건지.


좋아했지만. 잘 할 수 있었지만. 잘 하고 싶었지만. 누구도 나에게 물어봐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해 지금에서야 그 부족한 부분을 마구 풀어내는 게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어. 계속 물어봐주는 거야. 나 자신에게. 넌 뭘 좋아해? 그림이 좋아? 글 쓰는 게 좋아? 그림을 언제까지 그릴 생각이야? 무슨 그림을 그릴 거야?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어? 너의 꿈은 뭐야? 어떤 어른으로 나이들고 싶어? 맞아. 난 나에대해 관심이 많아. 이기적일 정도로 말이야.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걸 이제야 알겠거든. 난 좀 느리겠지? 누군가는 어렸을 때 채워졌을 것을 난 이제야 묻고 시작하고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나도 내가 좋아하는 걸 무작정 하는 시간을 어느 정도 채우게 되면 이 시간들을 동기부여로 삼아 뭔가를 해낼 수 있길 바래.


남편과의 대화는 그래 맞아 그럴 수 있지로 끝났다. 말을 하다보니 나의 욕구는 어디로 향하는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 지금의 열정은 어쩌면 전에 채워졌어야 하는 거였다. 지금이라도 할 수 있을 때 마음껏 해보고 싶다. 뭐라도 하고 싶다.



Where is my mind? 내 이야기는 사실 재미가 없다. 낭만 소설도 아니고 성공 스토리도 아니다. 뭐라도 되고 싶어서 억척스럽게 알량한 창조 활동을 소소하게 이어가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특별하지 않다. 그래도, 나는 물어야한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러는 건지 말이다. 그 무엇. 어떤 것을 향한 마음을 매일 체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봐주지 않고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는 이 일을 그만 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는 데 내가 기대고 가는 그 진심을 나만은 알아봐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그 어떤 끝에 다다랐을 때 웃을 수 있게.


반으로 잘린 파프리카는 자신의 실체를 알았을 때 절규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라진 반쪽이 궁금했을 것이다. 사라진 게 아니라 지금 모습에 그 흔적이 있음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나는무엇에진심인가

#나는무엇을좋아하나

#과정을통해배우고찾아가는중이다

이전 01화 내 삶은 충분히 가치롭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