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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ohn Aug 02. 2018

당신이 하는 일은 물 경력입니까?

메인과 서브의 차이

"제가 하는 일은 물 경력이에요."


이직 상담을 하는 L 씨, 본인은 회사 생활 3년 동안 "물 경력"만 쌓았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제대로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물 경력"이란 회사에서 서브 역할만 해서 이직할 때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을 뜻한다고 한다.


같이 일하던 P대리가 있었다. 처음 만났던 당시 P대리는 입사 8년 차였다.

그녀는 "사장이 시키는 것 열심히 해봤자 소용없다. 더 빨리 일할 수록 더 많은 일을 주기 때문에, 대충 적당히 일하면 된다." 고 했다. 그러면서, 왜 자기에게 허드렛일만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이었다.


하지만, 사장이 평가하는 P대리는, 경력이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키는 일만 겨우 해내고, 핵심적인 일보다는 서브에 해당하는 일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회사에서는 근무한 지 십 년이 되어가는 P대리를 승진시키기는커녕, P대리의 메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다.


P대리에게 "이런 대우를 받으며, 왜 다른 곳으로 이직하지 않냐?"라고 물어보면 자신이 하는 일은 허드렛일이라서, 이직을 할 때 경력으로 내세울 수 없다고 했다.  


"회사에서 아무 존중감 없이 단지 급료에만 얽매여 직장에 다니는 사람만큼 비참한 사람은 없다"
-데일 카네기-
 


같은 회사의 C 부장은 배송직 사원으로 입사했다. 배송직 업무는 새벽부터 시작되어 고되기 때문에 중도 퇴사율이 높은 직군이었다. 그는 "급료는 적고 하는 일은 힘들다”라고 말하는 여느 직원과는 달랐다. 시간이 있을 때 휴식을 취하거나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 직원들과 달리, 그는 휴식시간에 자신이 배송하는 냉동 제품을 녹여서 제품의 상태를 확인했다.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일을 사서 한다는 주변의 조롱에도 그는 제품에 대한 공부를 혼자 해 나갔다. 몇 해가 지나자 사장만큼이나 제품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그는 승진을 하자 배송과 영업을 겸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영업에 두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도 제품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거래처마다 필요한 물건을 적재적소에 잘 공급했기 때문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성장하게 되자, 사장은 지사를 설립하게 되었고, 그에게 지사장의 자리를 제안했다. 그는 회사 다니는 몇 해 동안 이미 배송, 물류, 재고 관리, 전표 관리 등 회사 전반에 대해 관여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사장 자리를 마다하고 자신의 기업을 차렸고, 오늘날까지 안정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모두 근무한 경력이 있는 P부장에게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 그램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 제가 가진 기획력, 보고서 작성법,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회사에서 배운 게 아닙니다. 일을 하면서 부족함을 느껴 따로 돈과 시간을 들여 공부한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회사 다니면서 가만히 있으면 정말 "가마니" 가 된다는 우스게 소리를 한다.

 

나도 메인으로 일 할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나는 상사와 같은 일을 하면서, 거래처만 나누어서 일했다. 한 1년쯤 지나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지니, 상사의 일도 하려고 마음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날, 상사가 무단결근을 하게 되자, 나는 상사의 일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모른 척했다.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나서지 말자.’

조금 일찍 출근해서, 상사의 메일을 확인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사장에게 보고 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게 후회가 된다.

급여는 나중의 문제고, 사장에게 상사 없이도 내가 그의 몫까지 잘할 수 있다고 보여 줬으면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장은 일주일 후 상사의 급여를 올려 주기로 하고, 다시 그를 불렀다.

그가 다시 출근하자, 나는 다시 서브가 되었다.


소기업에서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으로 이직에 성공한 K 차장, "소기업에서 일은 많고 제대로 배울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은 한 번도 조직에서 "메인"이 되지 못한 사람이다." 고 말한다.     

그는, 회사에서 메인으로 일을 할 수 있어야, 조직에서 승진을 하던지 더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할 수 있고, 창업을 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서, 무엇을 배울지 아무것도 못 배울지는 나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깨닭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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