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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썬 Feb 27. 2024

미국 초등학교에 다니면 언제쯤 영어를 잘하게 될까?

스피킹 안 되는 아이의 일 년 후 영어 실력과 영어 교육 이력 공개


[6개월 정도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 않을까?]


미국에 오기 전 품었던 생각이다.


우리 아이는 미국 공립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리고 미국에 온 지 일 년이 되었다.

우리 아이의 현재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가늠해 봤다.


지금 아이의 영어 스피킹(Speaking) 수준은 미국 친구들과 말할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정도다.

물론 사소한 실수는 있다.

그렇지만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나처럼 머릿속에서 주어+동사를 생각하고 말하지는 않는 것 같고, 그냥 I, You부터 내뱉는다.  


리스닝(Listening)은 단어를 몰라서 잘 모르겠는 지점이 있지만, 문맥으로 이해가능하다고 했다.

엄마인 내가 보기에는 100% 이해는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연음이 연속되면 헤매는 눈치다.


리딩(Reading)의 경우 개중에 자신이 있어했던 부분이다.

그래도 본인 학년의 영어 교재는 어려운 것 같아서 한 학년 낮은 것을 선택하여 집에서 풀게 했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보는 리딩 시험 결과로는 처음 시험이 중간 정도였다면 지금은 상위 20% 내다.


라이팅(writing)도 스피킹이나 리스닝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늘었다.

그리고 큰 변화가 있는데 아이가 영어로 뭔가를 써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어학원에서 라이팅은 못해봤기 때문에 She love~ 같은 실수가 잦았다.

이제 3인칭 단수에 s가 붙는다는 것 정도만 인지했다.  



[나는 왜 아이의 급격한 영어 실력 향상을 기대했을까?]


미국에 오면 금발의 아이들과 이질감 없이 쏼라쏼라~ 영어를 하는 아이를 상상했다.

나는 왜 아이가 금방 외국인처럼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Input은 고려하지 않고 Output만 바라봤던 게 문제였다.

사실 미국 오기 전 3개월간 아이의 영어 실력이 폭풍적으로 늘어서 그런 헛된 기대를 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몇 년 간 영어 유치원을 다녔던 아이들과 비교할 때 우리 아이는 영어 노출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내가 집에서 영어 만화 CD나 TV를 틀어줬던 것도 아니고.


아침 먹으면서 매일 영어 CD를 틀어줬다는 친구 아들은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야 영어 학원에 갔는데 꽤 높은 레벨이 나왔다고 했다.

 

나는 매일 아침 7시 반도 되지 않은 시간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서 그런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핑계인 거 안다.

내 친구도 그 시간에 출근했을 테니까.


그래도 그렇다고 아예 노력이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갑자기 울컥하는 이 엄마란......


하지만 냉정하게 뒤돌아보니, 돈으로 때웠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태 얼마나 영어를 시킨 거지?]


아이가 한국에서 영어를 배운 이력과 집에 구비한 교재들을 정리해 보았다.

(가계부도 뒤지고 사진도 보고 은근 시간이 걸리는 정리였다!)

문제 해결은 언제나 냉정한 현실 파악부터 시작이다.


3세 ~ 4세(약 6개월) : 구몬 영어(주 1회 선생님 방문 10~15분)

5세 ~ 6세(약 12개월) : 어린이집 방과 후 수업(튼튼 영어, 주 2회)

5세 말 ~ 7세(약 27개월) : 매주 1~2회 1시간 집에서 과외(교재는 있었지만 놀이 형식)

8세(약 9개월) : Reading Gate(독서) 프로그램으로 리딩 with  엄마

8세(약 3개월) : 동네 보습학원 주 3회 1시간

9세(약 3개월) : ORT(Oxford Reading Tree) 하루 1권씩 읽고 녹음 with 엄마

9세(약 3.5개월) : 대형어학원 주 3회 2시간

집에 사놓은 영어 교재들 : ORT, 영어 DVD(BEN, JUSTIN), 단행본 몇 권


아이가 2살 정도 되었을 때 뽀로로 영어 만화를 틀어줬는데 기겁을 하며 거부했다.

영어는 늦게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어 정서까지 망칠 수 있으니까.


런데 아이가 3살 구몬 판촉 장난감을 보고 자기도 하겠다고 할머니를 졸라대서 시켜줬다.

그리고 5살 여름 한글을 뗀 이후 이제 슬슬 제대로 시켜볼까 하는 마음에 개인 과외를 붙였다.  

아이는 정말 재미있게 선생님과 놀았다.

시간이 없어 저녁에 하는 수업이었는데도 얼굴도 목소리도 예쁜 선생님은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이의 영어에 대한 감정이 나쁘지 않은 건 그 선생님 때문일지도 모른다.)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뵙는 선생님은 Input, 복습을 요청하셨지만 야근이 너무 잦았던 우리 부부는 친정엄마에게 그것까지 부탁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영어 과외를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흐뭇했고, 입학을 앞두고 알파벳은 알겠지 싶어 써보게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소문자, 대문자 구분이 잘 안 되었다.

아무리 1시간 재미있게 놀라고 했어도 2년도 넘는 시간 동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지만, 가능했다.


부랴부랴 알파벳을 외우게 하고 입학 후에는 독서 프로그램으로 집에서 1시간 정도씩 내가 직접 가르쳤다.

물론 아이는 몸을 배배 꼬아댔다.

그래도 역시 엄마가 가르치는 건 별로여서 집 앞 보습학원에 보냈다.  

그 레벨 테스트 결과로 봤을 때 효과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학원을 잘 다니지 못해서 자연스럽게 정리했다.


그리고 너무 영어와 멀어지는 것 같아서 ORT 책을 읽혔다. 

(아이가 원치 않는 영어 음독의 폐해 같은 건 알아보지도 않고 말이다. )

하지만 다른 일정과 겹쳐서 어느새 안녕이었다.


아이가 음독했던 ORT


마지막으로 미국 들어오기 4개월 전, 대형 어학원 레벨 테스트를 보고 반 배치를 받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레벨 테스트를 받았는데 리딩과 리스닝/스피킹의 편차가 매우 크다고 했다.

그래서 재시험도 봤다.

이러기가 힘들다면서.


그 어학원에서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신나게 공부했다.

하루 2시간의 숙제가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시험 보는 재미, 반 올라가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하루 2시간씩 영어를 하다 보니 실력이 느는 게 눈으로도 보였다.

왜 진작 보내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었다.


아이마다 맞는 교육방법, 기관이 있는 건데 나는 대형 어학원에 보내는 것에 대해서 편견이 있었다.

왠지 아이가 영어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는.

그리고 저학년 때부터 큰 셔틀버스를 타고 학원을 보내는 게 왠지 조금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시간을 낭비한 것이 아까워서 우리 아이와 비슷한 성향의 7살 조카에게는 강력 추천했고, 지금 미국에 온 조카는 약 일 년간 어학원에서 배운 것들로 인해 스피킹과 리스닝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아이는 지금도 말한다.

영어를 배우기에 가장 좋은 곳은 한국 어학원인 것 같다고.

(물론 이건 아이 성향이나 기관 특징에 따라 너무 다를 듯.)

뭔가 체계적이란다.



[미국에 와서도 아이 영어가 걱정되는 엄마, 아빠에게]


처음에 안달복달해서 미국에서 한국인 과외까지 몇 개월 시켰던 나도 이제야 깨달은 사실을 말하고 싶다.  


사실 초등학교 ESOL 수업은 나의 기대를 전혀 충족시켜주지 않았다.

아이별 맞춤 수업을 하기에는 한 선생님당 배정된 아이가 너무 많았다.

한국인들은 그나마 잘하는 편이라서 더 만족스럽지 않다는 얘기도 들었다.


우리 동네에는 아프가니스탄 이민자들이 있는데 아이 말에 의하면 거기에서 온 아이들은 대부분 영어를 아예 접하지 않은 것 같단다.  

그래서 ESOL 선생님들은 아무래도 그 아이들을 위주로 수업을 하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학교에 머무는 6시간이 강제로 영어에 노출된다.

쉬는 시간도 있지만 집중해야 하는 수업 시간도 있으니 귀가 트일 기회가 널려있는 셈이다.  


나는 마트 가야 영어 한 마디라도 듣는데 그에 비하면 뭐를 배우는지 몰라도 학교 자체가 매우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방학이 문제라서 보통 캠프들을 보낸다.)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처럼 기대를 품으면 실망도 크니까. 하하하


만일 아이가 영어 학원, 영어 만화, 영어 동화 등등의 노출이 잘 되어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금방 외국인처럼 말하고 쓸 것이다.

적어도 내 주위 십여 명의 아이들은 그랬다.


그런데 영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아이라도 시간이 가면 부모보다 무조건 잘하게 될 것이다.

그 시간은 주위 사례들을 볼 때 초등학생은 일 년 반 정도로 잡으면 될 것이라고 본다.


일 년은 친구들과 '노는 영어'는 완벽하게 할 수 있지만 '학교 수업 영어'가 부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도 여전히 ESOL(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이들이 듣는 수업) 수업을 듣고 있다.


일 년 반이면 부모의 발음을 지적하고, 부모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캐치해서 설명하더라.

그리고 삼 년이면 라이팅까지도 익숙해진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Take it e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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