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ydreamer Sep 24. 2023

연하(남)일기7

긴침묵

카톡 프사를 잘 나온 사진으로 바꾸자마자 톡이 왔다 .

누나 프로필 사진 예쁘넹 ㅎㅎ

응 고마워 ㅋ

누나 보구 싶다 낼 볼까 ?   좋아 !

토요일 저녁에 보기로 해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톡이 왔다 .

누나 미안해 오늘 안되겠어 ! 갑자기 가게에 일이 생겨서

내일 보면 안될까 ?

갑자기 짜증이 밀려 온다 . 감히 니가 약속을 당일 취소해 ?

내 약속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구 ? 날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이렇게 약속 몇시간 전에 취소 할 순 없는 거였다 .

나도 죽고 못사는 사랑도 해보구 날 좋아하는 얼빠진 눈빛도 수차례 겪어 봤음으로  이런 식으로 날 대한 다는 건 나에게 진심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

그래 내가 너무 우리의 우연적인 시작에 대해서 큰 의미를 부여한 거였어 .

운명적인 만남이 우리의 나이차를 극복한 뭔가 거대한 사랑을 가져다나 줄것 처럼 낭만적인 감상에 빠져 있었던 거다.

함께 있으며 내가 보내고 있는 이 모든 익숙함을 탈피해서 낯선곳에 남겨진 듯한 새로움이 나를 빨려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 지나온 것들에 대한 아쉬움 , 노스텔지아 .. 뭐 그런 것들도 느껴졌고 .

마치 내가 다시 20대로 돌아 간것만 같은 그런 느낌을 난 좋아했던 거겠지 ..


난 그냥 응 알았어 ㅎㅎ 라고 단답으로 마무리 하고 말았다 . 요즘 남자애들은 단답 싫어 한다 했지 ? 저번에도 쌀쌀맞게 굴다 연락이 끊겼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 기분이 어쩔수 없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 앤 더이상 대답이 없었다 . 내가 기분 나쁜 티를 내면 어쩔 줄 몰라하며 나를 어르고 달래주던 남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이였다 .

그래 너 아쉬울거 없다는 거지 ? 나도 아쉬울거 없어 ! 너랑 이대로 끊어진다한들 싸가지 없는 연하 어장관리한테 재수 없이 걸려 들었었다 생각하면 될 일이였다 .

다음날 부터 연락이 없이 시간이 지나갔고 나도 연락하지 않았다 .

일주일이 지난 새벽에 그애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

그 시간에 온 전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어디서 술을 잔뜩 먹구 몸이 그립거나 해서 연락 한 거겠지 ..

난 그래도 하루종일 내가 먼저 연락을 해 볼까 말까를 망설였다 . 이대로 연락없이 끊어진다면 언젠가 다시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다리게 될까봐 두려웠다 .

나는 세상에서 기다리는게 제일 싫다 . 밤이 되어서 난 그에게 톡을 하고 말았다 .

그시간까지 뭐하구 다니는 거야 ㅎㅎ

지나다가 누나 생각나서 걸었지 ㅋㅋㅋㅋ

너 나한테 안 미안해 ?

미안하징 ㅜ

화가 난 것 같은 나에게 다가 오기 미안 했거나 그냥 귀찮으니 이대로 헤어져도 그만이라고 생각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 하지만 분명하게 내 온몸으로 느껴지는 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진 않다는 거였다 . 피곤이 밀려 온다 . 이 관계 그냥 놓아야 하는 거겠지 . 하지만 연락 없는 일주일 동안 내 머리 속을 맴돈 건 너 뿐이였다 .

이 정답도 룰도 없는 게임에 왜 또 말려 들게 된것일까 ?

예전에 습득한 연애의 법칙에 계속 엇나가는 이 어린 선수와의 싸움 즉 내가 만나보지 못한 다른 유형의 인간은 자꾸 나를 끌어 당기며 좌절 시켰다 .

여자도 적극적이지 않으면 실패하고 마는 20대 남자와의  썸이란 내게 또다른 인간관계에 대한 모험이였다.  


이전 06화 연하(남)일기6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