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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순 May 10. 2019

항상 엔진을 켜둘게

<굴러가 어쨌든>   -프롤로그-




저는 아주 어릴 때 야구모자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어딜 가든 늘 모자를 푹 눌러쓰고 운동화에 가벼운 배낭을 멨더랍니다. 가방 속에는 조그마한 여행용 펜과 다이어리, 종이비누 같은 것이 들어있었어요. 왜냐고요? 아니, 느닷없이 하늘에서 열기구를 탄 여행자가 나타나 떠나자고 손을 내밀 수도 있지 않습니까? 길을 걷다가 어느 골목에서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아내버리면 저는 어떡하나요? 그러니 이 모든 게 언제나 완벽히 준비돼 있어야 하는 것이죠. 기회는 여러 번 오는 게 아니니까요.


날마다 모험을 준비하는 사이 저는 어느덧 다 큰 어른이 되었는데요, 아직 모험을 못떠났어요... 하긴 기존 계획엔 조금 무리가 있었죠. 열기구를 타고 다니는 여행자나 비밀의 화원이라니 말이나 되는 얘깁니까? 그래서 저는 조금 더 현실적인 모험 계획을 짜기로 했습니다. 어른의 모험이라고 하면 역시, 세계일주 같은 거? 근데 저는 직장인이라 그렇게 오래 휴가를 낼 수는 없어서요. 결국은 요즘 유행(?)이라는 퇴사를 먼저 해야 하는 걸까요? 아, 그렇죠 맞네요 대출금이 있었네요. 아유, 뭐 꼭 그런 것 만이 모험이겠어요. 일단 운전을 배우면 어떨라나요. 네? 뜬금없이 무슨 운전이냐고요? 아니, 어느 날 갑자기 시동 걸고 엑셀 밟아야 하는 그런 순간이 올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럴 때 지체 없이 운전석에 앉을 수 있도록, 기어를 ‘D’에 딱 놓고 곧바로 달려나갈 수 있도록 운전을 배우는 거죠. 말했잖아요, 기회라는 건 자주 오는 게 아니라고.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 여기에도 사소한 문제가 있긴합니다만...

저, 차가 없어요.


하긴, 그런 건 상관없잖아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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