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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순 May 20. 2019

[연수편_1]차 없이 운전을 시작했다.

<굴러가 어쨌든>  -연수편-





운전,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 할 수 있다. 할 수 없...



“운전? 차가 있어야 운전을 하지.”

“차만 사면 끝이게? 유지비에 보험료에, 돈은 언제 모으려고?”

“서울처럼 대중교통 잘 돼 있는 도시에서 굳이 차를 살 필요가 있나?”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워.”

.

.

.


도로교통공단에서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면허를 딴 지 10년이 됐으니 갱신을 하라는 통지서였다. 면허? 면허를 어디에 뒀더라. 한참을 찾다 보험증서, 임대차계약서 따위를 모아둔 파일철 속에 처박혀있는 걸 발견했다. 발행연도 2008년. 운전대 한 번 안 잡았는데 10년이 가버렸다.


나는 늘 어엿한 어른의 조건은 운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자마자 운전면허도 땄다. 그런 내가 도대체 왜 10년 동안이나 운전을 하지 못했을까!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저 핑계거리가 사라지거나, 변명을 압도할만한 강력한 동기가 생기기 전에 내 인생에 운전할 일은 없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그건 바로, 과학의 지나치게(?) 눈부신 발전이었다. 쏘카와 그린카 같은 공유차가 동네에 널려있고, 스마트폰으로 예약하고 문을 여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차를 살 마음은 없지만 운전은 하고 싶은 사람, 가끔씩 필요할 때만 차를 타고 싶은 나 같은 사람에게 딱 맞춤한 시스템이 생긴 거다.


더 이상은 어른이 되는 걸 미룰 수 없다! 나는 작심하고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운전면허 갱신을 신청했다. 머잖아 매끈한 새 면허가 도착했고, 나는 그것을 받아 들고도 두어 달을 그냥 흘려 보냈다. 하긴, 이렇게 한 번의 기합으로 될 일이었다면 10년을 그리 보내진 않았겠지. 그리고 모든 시작이 그렇듯, 무엇 하나 다를 것 없던 어느 날 아침 특별한 결심도 없이 운전 연수 선생님께 카톡을 보냈다. 1년도 전에 지인으로부터 받아놨던 연락처였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는 분 소개로 연락 드립니다. 운전 연수 부탁 드리고 싶어서요.”

“동네가 어디시죠? 본인 차로 할건가요?”

“아 OO동이고요. 공유차로 운전할 생각이라 제 차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 차를 가져갈게요. 첫 수업은 이번 주 토요일 아침 9시 괜찮아요?”

“네 좋습니다.”



10년을 끌어온 내 운전의 시작은 이렇게 이뤄졌다. 단숨에, 너무도 간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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