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풀 이팅, 꿈만 같은 다이어트 필살기
우리는 점심을 먹는데 얼마나 걸릴까?
(직장인 국룰은 후딱 먹고 낮잠 / 커피 or 담배타임)
나는 본래 입이 느렸다.
오죽하면 같이 먹던 사람이 답답해서 내 음식을 뺏어 먹기도 했다.
군 입대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훈련소에선 동기들과 함께 스케줄을 소화하기 때문에 입이 느리다는 핑계는 먹히지 않았다.
자연스레 속도가 빨라져서 5 - 10분 컷으로 식사를 마치고 식판 설거지를 하는 경지에 올랐다.
현대인들의 ‘빨리 빨리’ 식습관을 뼈저리게 체감한 셈이다.
사실 직장인이라면 오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가 잠시 숨쉴 틈이 바로 점심시간이니까. 이 귀중한 시간을 식사에만 쓰면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나도 1시간 남짓한 군대의 점심시간 때문에 항상 눈물을 머금고 살았기에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식사 후 커피도 마셔야되고...
만약 전날 과음을 했다면 간단한 식사 후 눈을 붙여야만 한다.
잠깐, 이런 식습관이 정말 괜찮은걸까?
2008년 일본 오사카 대학에서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식습관을 조사했다.
그 결과, 빨리 먹는 사람이 과체중이 될 확률이 일반인 대비 3배나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기관이 뇌로 '잘 먹었습니다!'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이 때 뇌가 포만감을 느끼는데는 약 2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빨리 먹으면 뇌가 포만감을 느끼기도 전에 식사가 끝나버린다. 그러면 우리의 뇌는 아직 더 먹어야한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비만을 비롯한 여러 소화장애와 성인병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식사하면서 일을 하거나 TV 혹은 스마트폰 영상을 시청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식사 중 일을 하거나 무언가를 읽다보면 내가 생산적인 사람이 된 기분까지도 든다. 영상을 시청하면서 보상 받는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습관도 '빨리 먹기'와 마찬가지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음식을 섭취하면서 뇌가 다른 행위에 집중한다면 섭취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식사 후 포만감을 덜 느끼면 결국 다른 음식을 갈구하면서 살이 찌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럼 우린 어떻게 식사에 임해야할까?
현대인들의 식습관을 바로잡을 수 있는 솔루션은 사실 예전부터 제시되어 왔다.
바로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이다.
마인드풀 이팅은 불교 철학의 마인드풀니스(마음챙김; mindfulness)와 식사의 합성어다.
(마음챙김은 현재 내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고 수용함을 의미한다.)
마인드풀 이팅이란 "음식을 먹는 행위에 온 정신을 기울여 먹는 것"이다.
Harvard Health Letter는 마인드풀 이팅을 “(1) 음식의 색, 향, 맛, 식감을 알아차리고 (2) 천천히 씹으며 (3) TV를 보거나 무언가를 읽지 않고 (4) 죄책감과 걱정없이 먹는 것"으로 정의했다.
어떻게 먹는가가 관건이다
‘어떤’ 음식을 먹는가보다 음식을 ‘어떻게’ 먹는가가 마인드풀 이팅의 관건이다.
나는 군 생활 이후 배가 고프면 거의 음식을 마시는 것처럼 후루룩 삼키곤 했다. 하지만 마인드풀 이팅을 접한 후, 집중해서 천천히 음식을 음미해보니 먹는 순간이 더 즐거워졌다.
그리고 먹는 행위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
마인드풀 이팅은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는 ‘정신 건강'과 '육체적 건강' 모두 고려하려면 순간의 집중 외에 영양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내가 섭취하는 음식이 함유한 영양분과 열량, 그리고 신선도 등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다.
2018년, 캐롤린 던(Carolyn Dunn) 박사를 필두로 한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의 연구진이 마인드풀 이팅과 체중감소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진은 마인드풀 이팅 자체는 Harvard Health Letter와 동일하게 정의했지만, 추가적 장치들을 설계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마인드풀 이팅에 대한 교육 외에도 추가적으로 자신들이 마시는 음료의 설탕 함유량 인지하기, 평소 먹는 음식의 칼로리 생각하기, 음식 포장지 라벨 읽기 등에 대한 교육을 매주 받고 결과를 서로 공유하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80여명을 대상으로 통제그룹과 비통제그룹을 나누어 마인드풀 이팅을 진행한 결과 통제그룹은 평균 약 1.9kg의 체중감량을 보였다. 그리고, 던 박사의 실험 참가자들은 자연스레 고칼로리 음료와 음식을 피하게 되고 평소 먹는 음식량도 조절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마인드풀 이팅은 사람들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더욱 커진다니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마인드풀 이팅은 어떻게 실천할까?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위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실천 방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아래 방법은 모두 하버드 헬스레터와 던 박사 논문을 참고하여 직접 정리한 것들이다.
1) 방해 금지
먹는 것에만 전념하자. TV와 스마트폰을 잠시 멀리하자. 음식의 향, 맛 그리고 식감을 온전히 느껴보자. 나의 마음이 온전히 먹는 행위와 음식에 있을 때, 나의 삶은 한층 더 풍요로워진다.
2) 느리게 식사하기
하버드 헬스레터와 던 박사의 논문 모두 식사 시간은 최소 20분 이상으로 추천한다. 뇌가 포만감을 느끼는 시간이 20분이기 때문이다. 또, 꼭꼭 씹어먹어서 소화가 잘 되면 소량의 음식만으로도 충분한 영양소 섭취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3) 몸에게 솔직해지기
지금 내 몸이 배고픔을 진정으로 느끼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보자. 식욕이 생겼을 때, 정말 배가 고파서인지 혹은 여러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단순히 입이 심심해 진 것인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4) 음식 자체에 대해 생각하기
내가 먹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상하면서 먹어보자. 쌀을 먹는다면 햇살을 머금은 벼 그리고 그 벼가 수확되는 과정, 벼를 수확하는 농부의 얼굴 같은 것을 말이다. 이는 실제로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빈도를 줄이고 건강한 식단을 찾는데 기여한다. 건강하고 신선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은 몸과 마음에 좋다.
5) 먹는 음식 기록하기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식단 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먹는 음식을 기록하는 행위는 나의 식습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앞으로 먹을 음식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My Fitness Pal, 다이닝 노트, 타임스탬프 등 체중, 운동량, 식단까지 모두 기록할 수 있는 앱들이 많이 개발되었으니 사용해보자.
마인드풀 이팅.
먹는 행위에 온전한 집중은 일종의 명상 상태와도 같다.
음식을 씹고, 음미하고, 목으로 넘길 때 나는 바로 그 순간, 현재에 있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할 때야말로 마음은 차분해지고 근심과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패스트푸드를 먹어도 되고, 배달음식을 시켜먹어도 좋다.
단, 적어도 내가 무엇을 먹는지 스스로 알아야하고 이를 계획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챙김 식사를 통해
음식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맛에 감동할 수 있다면
삶은 더 충만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