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anxiety)은 어떤 느낌인가
2023년 9월 12일에 처음 처방받고 아토목세틴 18mg, SSRI 5mg을 매일 복용하다가 9월 25일에는 하루 스킵했다. 회식 때문에 연태고량주 딱 한 잔을 마셨는데 술과 함께 약을 먹고 싶지 않아서 건너뛰었다. 그래서 약을 복용하지 않은 다음 날, 오늘의 컨디션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병원에서 저녁때 약을 복용하라고 해서 보통 저녁 식사 이후나 귀가 시간이 늦은 경우에는 밤에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전날 약을 복용하지 않은 날의 컨디션 차이는 이렇다. 불안도(anxiety)가 약을 복용했을 때보다 높다는 것이 체감할 정도이다. 걱정되는 일이나, 아주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불안 때문에 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감정이 힘든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에 느꼈던 것보다 조금 높은 정도의 불안이 체감된다.
평소 불안(anxiety)이 없는 사람을 위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배속에 뭔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좋은 쪽의 긴장도가 아니라 살짝 좋지 않은 쪽의 긴장이 느껴지는 상태이고, 그래서 인체 배터리가 훨씬 빨리 닳는 것 같은 느낌이다. 불안이라는 단어가 단어로만 들으면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든지 그런 뉘앙스로 들릴 수 있지만 정신건강학적으로 불안에 해당하는 신체적인 상태가 명확히 있다.
내게 주어진 상황이 단기적으로(일주일 이내) 대체로 비슷해도 섭취한 음식이나 주변 사람이 주는 자극(언행), 신체 활동(운동 등)의 차이로 느껴지는 실시간 불안도(anxiety level)를 어느 정도 명확하게 스스로 체감하고 집어낼 수 있다. 내가 느끼는 실시간 불안도를 수치화 해낸다면 그때그때 느끼는 불안도를 숫자로 나타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토목세틴(노르에프네프린 재흡수 억제제)과 항우울제(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소용량 복용을 하면 불안도가 떨어지면서 좀 더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래서 상황 대응의 유연성이 늘어나는 느낌이다. 약을 먹지 않아도 겉보기에는 차분하고, 대체로 상황 대응을 잘하는 편이지만 외부 자극에 내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서 신체적으로도 엄청 쉽게 지치고 휴식이 많이 필요했는데, 약이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도를 조금 떨어뜨려주는 느낌이다. 100이라는 자극을 주면 약을 먹지 않으면 100만큼 스트레스로 흡수한다면, 약을 복용하면 60~70 정도로 흡수하는 느낌이다.
약을 복용하는 이유가 1차적으로 우울감, 2차적으로 사람이 주는 자극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감정기복 때문이었다. 정말 부드럽고 나와 비슷하고 잘 맞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스트레스가 적은데, 조금이라도 거칠거나 내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스펙트럼을 벗어난 언행을 하면서 자극을 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감정기복이 생기고, 심한 경우에는 가벼운 정도의 공황 증세가 나타났다.
아토목세틴은 몸에 축적되어 효과를 나타내는 약으로, 하루를 건너뛴다고 해서 약효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오늘 느끼는 최근보다 약간 높은 정도의 불안도는 SSRI를 건너뛴 효과에 더불어 어제와 오늘 아침에 있었던 사람으로 인한 불편함과 술, 카페인의 효과인 것 같다.
점심때 요가를 하며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고 왔더니 불안도가 조금 내려갔다. 그리고 저녁 때는 요즘 주변 사람 중에 가장 신뢰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들 중 한 명과 약속이 있어서 마음이 조금 편안하다.
2주 정도 약을 복용하고 하루 건너뛴 결과 약을 먹었을 때 여러 가지 부작용(소화계, 나른함, 불면 등)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이 주는 장점이 더 큰 것 같아 당분간 더 꾸준히 복용해 볼 생각이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알고 계시는, 또는 설명 가능한 불안(anxiety)의 신체적 느낌을 댓글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