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선수
"어르신, 그건 서류심사에서 떨어지셔서 그런 거라니까요. 누군가 그만두시면 순서대로 선정되실 거예요. 그런데 어르신, 다리가 많이 아프신 거 같은데요? " 걱정되어 물었다.
묻지 않은 말까지 보탠 '티 엠 아이' 답변이 재미나다.
" 좋은 거래였네요.!" 나는 눈가에 주름을 활짝 피우며 웃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원 플러스 원의 원조는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사는 이의 의견을 백 퍼센트 존중한.
내가 갖고 싶은 걸로 더 얹어주는. 하나 더 줄 테니 사지 않겠냐는 유혹의 상술이 아닌 이미 끝난 거래에 정을 한 움큼 얹어주는 거래방식 말이다.
상인에게 부당한 거래로 일말의 마무리가 된 것 같아도, 다시 찾아가는 의리를 보여주고 아끼려 얹어 받은 거래에 돈을 주지는 못하지만 무어든 정표되는 것을 쥐어주곤 했다. 지금과는 정말 많이 달랐었다.
정이란 것은 모호하고 두리뭉실하다. 그래서 연필심으로 비교하자면 뭉툭한 모습이다.
분명하게 긋지는 못해도 경계선위에 넓게 퍼져있다. 일이 아닌 사람 살아가는 일엔 뭉툭한 건 단점이 아닌 것 같다. 두리뭉실하다는 건 부드럽고 둥글다는 것.
퇴근길에 도로 앞 좌판을 지나며 할머니를 유심히 쳐다봤다. 어깨가 좁은 할머니는 그 시간 까지도 나물을 팔고 계셨다.
"어르신 이걸로 한 바구니 주세요." 냉이 바구니를 가리켰다.
"이거, 내가 캔 거야. 야생에서 자란 거라 향이 짙어."라며 끝이 닳은 지우개 같은 손가락을 움키신다.
"에라 모르겠다.' 쑥' 이게 마지막이니까 그냥 먹어." 할머님은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으시고 봉투에 담아 버리셨다. 내가 원한 건 아니지만 굽은 허리로 힘들게 캐논 나물을 그냥 받을 수는 없어 돈을 내밀었다. 하지만 극구마다 하신다.
" 들에서 캐논 거니까 그냥 먹어. 대신 다음에 또 팔아주면 되지."라고 하시며 주섬주섬 좌판을 정리하기 시작하셨다. 감사히 잘 먹겠다는 인사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대답 없이 정리를 하느라 분주하신 할머니를 뒤돌아봤다. 마음과 손이 뭉툭한 한 상인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