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그걸 진짜 바라는 거야?
드디어 중학교2학년이 되는 우리 아들. 이름하여 ‘중2병’ ‘사춘기의 절정’ 각종 어마무시한 말들로 괜히 두렵기만 하는 그 중2가 되는 해가 밝았다.
그동안의 원이는 초5쯤 발발한 사춘기의 증상이 파도를 타듯 어떤 날은 눈빛이 달랐다가 또 한참은 마냥 귀여운 아들이었다가 적당한 파도를 타고 넘으며 중1까지 왔다. 오히려 중1 때는 학교의 있었던 일들을 매일 에피소드로 들려주고 감정이 휘몰아칠 땐 “ 나 지금 호르몬의 영향을 받고 있으니 좀 이해해 줘”라고 본인의 상태를 알려주며 서로 적당한 거리로 잘 냈다.
주위에선 그래도 중2는 달라진다, 아예 다르다는 말들을 들었던지라 나름의 각오를 다져보기 위해 12월 31일 서로 이야기를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올 한 해는 중학교도 입학하고 어땠던 거 같아? “
“ 좋았어. 이제 좀 더 친구랑도 친해지고 좋은데 아쉽기도 하고”
“ 음, 그럼 내년이면 중2인데 엄마아빠한테 바라는 부분이 있을까?”
살짝 동공을 흔들며 양쪽 입꼬리도 올려보며 최대한 온화하게 물었다.
나의 예상은 ‘ 게임 시간 더 늘려줘. 더 놀고 싶어’ 이런 종류를 생각하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빠르게 정답지를 생각하며 기다렸다.
“ 나는 엄마아빠가 나한테 좀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
What the...? 아니 사춘기 아니 청소년기는 관심을 좀 덜 주고 자녀가 독립할 수 있게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특히나 원이는 외동이라 관심을 안 줄래야 안 줄 수 없는데 이거 뭐지?
“ 엄마가 관심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 아니었어? 근데 더 가져달라고?”
“ 응. 나한테 더 관심 가져주고 좀 더 잘해주고 좀 더 사랑해 주면 좋겠어.”
오호라 전혀 예상에 없던 답이라 남편이랑 나는 순간 정적.
우리 부부는 표현이 없는 편도 아니고 아이가 하나니 모든 관심과 사랑이 집중이 되어 있다. 주변에서도 과하면 과했지 절대 부족하다고 하지 않는 표현과 관심을 준다고 하는데 그게 부족한 걸까?
“ 나는 엄마아빠가 나한테 더 관심 가져서 사랑해 주고 함께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싶고 그래. 그게 내가 바라는 거야.”
몇 번을 되물어도 그렇단다. 이걸 환영해야 하는 건지 사춘기가 오지 않은 건지 헷갈린다.
앞으로 더 관심 가져주고 사랑해 주겠다고 아름답게 23년의 마지막날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밝아온 새해 그 말이 진심이었나 보다.
Chatgpt로 이것저것 질문해보고 있더니 마지막 질문 나중에 한번 봐 그러고는 학원을 간다. 배웅해 주고 와서 보니 새해 바람이 진심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앞으로 더 관심 가져주고 사랑해 주고 잘해줄 테니 방문 닫고 들어갈 생각 하지 마. 아들 네가 원한 거야. 올 한 해 잘해보자. ”
속마음을 표현해 주고 과한 관심은 물론 싫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관심받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이 순수한 것 같아서 건강하게 잘 커가고 있구나 안심해 본다.
물론 본인도 어쩌지 못하는 사춘기의 호르몬 변화가 있겠지만 잘 성장하리라 믿어본다. 어쩌면 중2가 엄청 두렵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한말은 지키는 아들이길 바라본다. 증거로 이 글을 남겨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