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어릴 때부터 애들에게 꼭 하는 공식 질문. 곤란한 질문이라 요즘은 굳이 안 한다는 그 질문을 우리 아들 어렸을 때는 한 번씩 하곤 했다.
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둘 다 좋아” 이런 센스 있는 답을 하는데 원이는 말을 하면서부터 아니 그 이전 몸으로라도 의사표현이 가능할 때부터 대답은 언제나
“ 아. 빠.”였다. 기어가서 안기는 것도 아빠, 걸음마 때 안기는 것도 아빠, 달려가서 안기는 것도 죄다 아빠였다.
말하고 나서부터는 더더욱 아주 강력하게 1초의 고민도 없이 아빠가 제일 좋다고 한다. 물론 아빠 역시 2등이다. 1등은 항상 본인이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알려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 나 자신이 당연히 1등으로 좋고 그다음은 아빠가 좋고 그다음이 엄마야.”
내심 키울 때는 서운한 적도 있었다. 내 배불러 열 달 품고 내 배 아파 낳았고 먹이며 키우는데 어째 이리 아빠만 좋아하는지. 한 번쯤은 눈치껏 엄마도 2등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그런 볼멘소리를 하면 여전히 “ 아빠가 아직은 좀 더 좋다는 거지 엄마가 싫다는 게 아니잖아” 이래 버리니 어쩌겠는가. 본인의 마음이고 표현인 것을.
남편은 잔소리가 많은 나와 달리 한없이 큰 포용과 이해를 하며 아이를 바라봐서 인지 늘 아이를 보는 눈이 참 따스하고 다정하다. 돌 전부터 복직을 하느라 자연스레 육아는 남편이 담당을 했다. 1시간 빠른 퇴근과 회식이며 야근은 일절 하지 못하고 그러고도 어린이집에서 중간 호출이 오면 그 역시 아빠가 회사에서 뛰쳐나갔다. 야근이 많은 나의 일 특성상 항상 잠들면 집에 왔는데 퇴근하고 이유식 만들어 먹이고 씻기고 함께 자고 있는 부자를 보고 있으면 짠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잠자리는 늘 아빠가 옆에 있어서 인지 퇴사를 하고 아빠가 출장이라도 가면 아빠 없다고 자기 전까지 운 적도 많다. 그때 애착이 아빠랑 더 형성이 된 건지 지금까지도 아빠의 퇴근 시간은 나보다 원이가 더 궁금해하고 전화를 한다.
한 번은 너무 궁금해서 아빠가 왜 좋냐고 물으니
'엄마는 이모도 있고 외할머니도 계시고 외삼촌도 있지만 아빠는
외로워 보여"
이런다. 사는 곳이 이모는 우리 위층. 외할머니는 차로 15분 거리다 보니 아무래도 더 자주 보고 친하긴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아빠가 “ 아냐 아빠도 엄마 계시는데” 하니
"알아 할머니 계시고 고모도 있는 거.. 근데 나는 엄마는 편이 많은 거 같아서 아빠 편 되어 주고 싶어서 그래"라고 한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자주 못 보고 몸이 불편하신 친할머니가 계시지만 아빠가 외로워 보였나 보다. 감성적인 아빠는 내심 좋으면서도 울컥한 것처럼 보였다.
한없이 철부지에 장난스러운 아들이 아빠가 외로워 보인다고도 하니 감동이었나 보다.
외동이라 의지할 곳이라곤 부모뿐인데 마음 기댈 아빠가 있다는 것 참 소중한 거 같다. 여전히 모든 순위에서 아빠가 먼저지만 이제는 뭐 서운하지 않다.
딴사람도 아니고 아빠를 좋아한다는데 기특하다 싶다.
아빠가 몸이 안 좋거나 하면 더 걱정하고, 아빠랑 놀고 운동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는 중학생 아들. 톰크루즈보다 아빠가 더 잘 생겼다고 온 동네방네 이야기해서 아빠는 비록 고개를 못 들고 다니지만 내심 아빠도 좋을 거라 생각해.
엄마는 뭐 이제 2등 안 바랄련다. 둘이 지금처럼 사이좋게 지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