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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Jan 12. 2024

중학생 아들의 사회생활

우리 집 중딩이는 집에서는 영락없는 그 나이대의 깨발랄 아이이다.

태어나서부터 우리 부부에겐 없는 애교를 장착한 아이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싸대거나 말을 끊임없이 했다. 기 빨려하면 주위에서는 사춘기 되면 그런 것도 없으니 누려라 그런 말을 많이 했다.


지금 중2가 되는 아이. 여전히 눈을 감고 잠에 들어야 입도 닫힌다. 그리고 잠에 깰 때도 깨우기 전에 스스로 일어나면서 낮 2시 정도의 텐션으로 눈을 뜸과 동시에 장난스러운 말을 하거나 장난을 치면서 나온다.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잠에 깨지면 일단 좀 밍그적거리다가 터덜터덜 나와야 하는데 굴러 나오거나 바로 장난을 걸면서 나오니 말이다.

애기때부터 코믹한 아이였다.

이런 아들의 모습만 내내 보니 초등 내내 학교 가서도 장난을 너무 치진 않을까 수업 방해될 정도로 말을 하진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과의 상담 때면 어쩔 수 없이 살짝 저자세를 유지한 것도 그 탓이다.

초등 6년, 중학 1년 동안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 지금 상담하는 아이가 내 아이 이야기가 맞나? 늘 갸웃 거리며 놀라다가 끝이 난다.

“ 원이가 어찌나 진중하고 어른스러운지 몰라요. 차분하고 진지하고 정말 점잖아요. ”

“ 네? 아 정말요? 그래요?” 이 말만 난 되풀이한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도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이 다른 애 착각하신 거 아니야?” 이럴정도로 다르다.

점잖다니.. 진중하다니.. 심지어 초등6학년 젊은 남자선생님은 최고의 찬사를 해주셨다.

“ 원이가 제 아들이면 저는 정말 걱정할 것 없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이런 상담을 했더랬다.

뭔가 기분이 좋으면서도 내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도 해서 한 번은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 선생님들이 상담만 하면 네가 점잖고 진중하다고 까지 하시는데 집에서랑 다른 거야? ”

“ 엄마, 나 사회생활 좀 잘해. 딱 봐가면서 착착하는 거지. 제대로 통했구먼”

“ 아니 그럼 집에서는 좀 그러면 안 될까?”

“ 엄마! 집은 사회가 아니니 내가 사회생활을 안 하지. 집은 내가 제일 편한 곳이니 나 그대로가 다 보이는 거야.”

오잉? 듣고 보니 맞다. 집에서 까지 점잖음을 요구한다면 우리 아이의 편함은 없지 않을까.

그래도 학교에서의 태도는 상황에 맞게 잘해나가고 있으니 참 기특하다.


여전히 상담할 때마다 나는 놀라움의 연속이지만 알아서 잘하고 있다는 아들의 말을 굳게 믿어보련다.

얼마 전에는 둘이 웹툰에 대해 엄청 웃어가며 이야기하다 둘다 시간을 깜박해서 학원시간도 넘겨서 선생님께 전화 와서 다급히 간 적이 있다.

사춘기에 방문 닫고 입도 닫는 시기가 온다지만 아직 모든 게 활짝 열려있는 지금 마음껏 누려봐야겠다.

오늘도 엄마랑 수다메이트가 되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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