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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은 May 12. 2019

The record #4_오월 풍경

낮과 밤의 상이한 단상 1

Photo by me

다르게 보려고 마음 먹고 나니 깨달아진 게 하나 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다기보다, 단지 예쁜 것이 더 예쁘게 보인다는 것.


예의 바르지만 소란한 아이들이, 불어오는 바람과 흔들리는 나무들이, 봄여름의 햇살을 머금은 풀꽃들이, 자꾸만 눈길을 발길을 붙잡았다. 내가 아주 잘 아는 풍경 속에서 나는 조금 착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이건 아주 낯선 경험인데.



몸이 열 개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이내, 겨우 제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이토록 힘이 드는데 무슨 끔찍한 상상인 걸까. 고개를 흔들고선 마저 쓰던 메일을 보냈다. 며칠 전 지원했던 회사로부터 전달받은 테스트는 생각보다 장황했고, 무엇보다 이 단계에서 수행할 것으로 정당하지 않아 보였다.


합격한다 해도 보수에 비해 꽤 수고로운 일이 예상되지만 역시나 정당해 보이지 않은 보수나마 지금의 나에게는 최소한의 일상을 사수하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므로, 나는 종종 험한 말을 뱉거나 삼키면서, 하나마나 한 상상을 하거나 지우면서, 오늘도 조금은 버거운 하루를 보냈다.


이것이 내가 그토록 지키고자 하는 일상이 맞는지, 앞으로 의심이 더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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