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사다 둔 샤오미 체중계 위에 올라 몸무게를 쟀다.
애인이 사다 둔 샤오미 체중계 위에 올라 몸무게를 쟀다. 간밤에 기침을 하느라 잠을 설치고 오늘도 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렸지만 몸무게는 그대로다. 체중계와 연결된 휴대폰 어플을 해석해보면, 내 몸무게는 아직은 표준의 바운더리 안에 있다. 그러나 내 숫자는 표준을 아우르는 막대그래프 끝자락에 간신히 걸쳐 있기 때문에, 여기서 조금만 더 불어난다면 과체중으로의 진입은 금방이라고 일러주는 듯하다.
또한 어플은 이렇게 안내한다. 나의 이상적인 체중은 (무려) 54kg이라고. 나는 기침처럼 헛웃음을 뱉는다. 그것은 십 년 전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찍을 때에나 겨우 찍어 봤음직한 숫자인데. 인터넷에 떠도는 어떤 계산법에서도, 내 키에 그런 숫자를 이상적인 체중으로 제안한 표는 없었다. 과연 중국산이라서 계산을 엉터리로 하는 걸까? 보통 이런 데에서는 균형 잡힌 건강을 베이스로 한 숫자를 제시하지 않나? 어떻게 미용 몸무게(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를 '이상적인' 체중이라고 당당히 권장할 수 있는 거지?
요즘의 나로 말하자면 성인이 된 이후로 십 년 가까이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아도 보통의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이었지만 작년부터 3킬로가량 불어버린 몸무게에-그리고 좀처럼 애를 써도 그 좁은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현실에-당황스러워하고 있던 터였다. 그렇지만 그깟 3킬로그램은 언제라도 뺄 수 있는 것처럼, 더군다나 요즘 같은 시대에서 몸무게 따위에 연연하는 여성이라니? 그런 촌스럽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것처럼 지내왔더랬다.
물론 지금 나는 겨우 체중계 어플이 가리키는 숫자 따위에 위기의식을 느낄 때가 아님을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빨리 기침 없이 고요한 밤을 보낼 수 있으며, 또 제멋대로 날뛰는 장을 다스릴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더 커야 마땅하다. (실제로도 그렇다. 내일은 정말 아프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싶다!) 그럼에도 오늘 하루 중 나를 가장 덜컹거리게 만든 것이 바로 어플에 찍힌 숫자라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아주 못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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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중간에도 미심쩍은 마음에 어플의 프로필 설정에 들어가 내 정보를 확인해보았다. 이내 애초부터 내가 내 키를 10cm나 적게 설정해놓았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재설정된 화면에서 어플이 안내하는 이상적인 체중은 60kg으로 늘어났다. 나는 순간적으로 안도하는 스스로가 너무나도 싫었고,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정말 못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