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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부자의 정의
by
서니사이드업
May 2. 2023
막내의 손을 꼭 붙잡고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뒤편에 아빠, 엄마, 아이가 사이좋게 다가온다. 아이는 커다란 쇼핑백 속의 가방을 들었다 놓으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새 가방이 생겨서 신이 난 아이는 연신 고맙습니다를 외친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어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가방 아껴서 잘 써. 우리 형편에 과한 거 사준 거야."
뒤에 있는 백화점에서 샀나 보다. N********. 딱 봐도 좋아 보인다. 계속 엄마가 이야기한다.
"가방 물려줄 동생이 있어야 되나? 아깝다. 그지?"
"엄마. 엄마. 가방 물려준다고 동생을 낳으면 돈이 더 들지 않을까?"
"그렇지. 잘 아네. 네가 있어서 우리 집 부자되긴 글렀어. 그렇지?"
뒤쫓아 오는 대화에 귀가 솔깃하다. 주차장 엘리베이터에 도착했다. 어색하게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다.
우리 집 셋째는 수줍은 마음에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 얼굴을 묻는다. 세 가족이 귀엽다며 자꾸 인사를 한다.
새 가방을 산 초등학교 3학년 형님의 엄마는 또 동생 얘기를 꺼낸다. 저런 동생 있으면 좋겠지 자꾸 형님의 의사를 묻는다.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리며 잘 가시라 인사를 했다.
참았던 웃음을 입 밖으로 보내본다. 그제야 웃음이 난다. 애가 하나인 그 집은 부자가 못 된단다. 초등학생 아이도 동생이 생기면 돈이 많이 든다고 한다. 이런. 우리 집은 부자 되긴 글렀군.
저녁을 먹으며 신랑한테 세 가족 이야기를 해줬다. 초등학생도 아는 걸 우리가 몰랐다며 겁도 없이 애를 셋이나 낳았다며 웃었다. 평소엔 귀를 닫고 있는 첫째가 언제 귀를 열었는지
느닷없이 질문이다.
"우리 집
정도면 부자지?"
순간 정적이 흘렀다.
부자의 기준이 뭘까. 부자의 의미를 알기나 할까. 아이에게 적절한 해답은 무엇일까.
"응. 우리 부자지.
아들 부자.
"
뭔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답을 던졌다.
아이가 많으면 가방은 물려주고 물려줄 수 있지만, 돈은 더 드는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아들 부자네는 부자의 정의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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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사이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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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는 아침처럼, 매일의 평범한 순간에서 반짝임을 찾습니다. 아들 셋을 키우며 웃고 울고, 춤추듯 살아온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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