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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Sep 12. 2023

가족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던 그 순간.

설마. 설마. 설마. 설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진짜. 맞나. 아니다. 맞다. 아니다. 맞아. 맞아. 맞아.  

점점 시선을 가까이 가져간 그 순간.  


꺄약~~~~~~~~~~~~~~~~~~~~~~~~~~~!!!  


천년 묶은 산삼 캔 심마니 마냥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은 일제히 놀라 쳐다봤고, 기쁨의 환호성으로 드래곤 1의 꽃 봉오리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얘들아~! 꽃이 피려고 해! 우하하하하하하."  


가끔 들여다보는 별 감흥 없는 첫째.

적극적으로 확인하러 오는 둘째.

달려오는데 만질까 겁나는 셋째.(가끔 등장하는 고사리손 도우미)  


씨앗을 심고, 싹이 나고, 분갈이를 하고, 여기까지 왔다. 씨앗을 심으면 싹이 나올까 걱정을 하고, 싹이 나오자 잎이 나올 수 있을까 걱정을 하고, 잎이 하나둘 생기자 잎이 상할까 걱정을 했다.  


다른 메이커님들의 꽃을 바라볼 때면  마냥 부럽기만 했다. 저마다 자라나는 속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조바심도 났었다. 잎이 덜 큰 거 같고, 키도 덜 자란 것 같고, 색깔도 흐린 것 같고. 먼저 꽃 피운 엄친아 멜람포디움들과 비교 아닌 비교를 하고 있었다.  


행여나 내가 잘 돌보지 못한 것일까 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런저런 마음이 들 때마다 물도 주고, 말도 걸고, 창문 앞에 놓아도 주고, 식물등도 열심히 쬐어줬다. 얼마 만에 열정의 노력을 쏟아부었던지. 고3 입시, 실기 시험을 치르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합격을 바라는 것과 맞먹을 간절함이라고나 할까.  


간절한 기다림 속에서 작은 변화를 기대했다. 오늘은 기다림을 지치지 않게 만들어 준 행운의 날이다. 작은 꽃망울이 터지기 전 우리에게 수줍게 고백한다.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다음날, 둘째는 눈 뜨자마자 꽃이 폈냐고 물어본다. 물도 곧잘 주고 오며 가며 말을 걸더니 아이도 정이 들었나 보다. 내일도, 모레도 작은 기다림들이 기다리고 있겠지. 이렇게 작은 기다림들이 모여 서로를 위한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곧 꽃이 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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